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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짧은 잔치 끝나간다"… 투자금 거둬들이는 기관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7 17:21

수정 2018.10.17 17:21

확산되는 경기 비관론..美 너무 빠른 금리 인상, 中 경제 둔화 우려 커져 "성장 사이클 마지막 단계" 펀드매니저 85%가 응답
변동성 커지는 시장..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순자금 유입 2년만에 최저 올해·내년 세계경제 전망 IMF, 0.2%P 내려잡아
"세계경제 짧은 잔치 끝나간다"… 투자금 거둬들이는 기관들

"세계경제 짧은 잔치 끝나간다"… 투자금 거둬들이는 기관들


【 서울·워싱턴=송경재 기자 장도선 특파원】 세계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관 전망이 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후유증,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나치게 빠른 금리인상'이라는 정책오류를 범할지 모른다는 판단,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비관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증시는 여전히 상승장을 달리고 있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으로 자금유입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세 '끝물'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매달 실시하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세계 경제성장세는 이제 성장순환의 '마지막 단계'라고 답했다. 85% 비율은 리먼브러더스 붕괴로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불과 2개월 뒤인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응답자의 38%가 내년에 세계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답했다. 이는 주요 기관들의 경제전망으로도 확인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8~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전보다 0.2%포인트 낮춘 3.7%로 잡았다. 반면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미국 성장률이 올 상반기 3.2%를 기록한 데 이어 3·4분기에는 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세계 경제가 동반성장한 뒤 올 들어 미국과 세계 경제의 흐름이 엇갈리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펀드매니저들은 최대 위험요인으로 무역전쟁을 꼽았다.

그러나 관심은 무역전쟁에서 점차 연준의 통화긴축으로 옮겨가고 있다. 연준 긴축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돼 경제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오류를 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연준은 지속적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한편 금융위기 기간 사들였던 채권을 다시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현재는 매달 최대 500억달러어치를 매각하고 있다. 연준의 채권 매각은 채권수익률 상승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채권 공급 확대가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무역전쟁보다 연준의 급속한 긴축, 이에 따른 달러 강세를 더 큰 위험요인으로 꼽는 펀드매니저들이 점점 늘고 있다. 세번째 위험요인은 중국의 경기둔화가 꼽혔다.

■블랙록 자금유입, 2년 만에 최저

세계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시장에 투자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블랙록은 저조한 실적을 발표했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3·4분기 장기 순자금 유입 규모가 2016년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106억달러에 그쳤다고 블랙록은 밝혔다. 헤지펀드, 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자금 회수를 점점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블랙록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블랙록 주가는 이날 4.4% 폭락했고, 올 전체로는 20% 넘게 급락했다. 이는 미국 은행주 강세와는 대조적인 흐름으로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 간 분화를 재확인해주고있다.

이날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3·4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비 각각 19% 안팎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미국 경제전망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겉보기로는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안으로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수요둔화 속에 고정수익 자산(주로 채권) 거래 매출이 전년비 10% 줄었다고 밝혔다. JP모간 최고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먼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연정, 무역전쟁, 통화정책 긴축 전환 등이 여전히 우려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먼은 애널리스트들과 전화 콘퍼런스에서 "이런 불안요인들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면서 "결국에는 지금까지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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