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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빈방문]文대통령, '마크롱·교황·보수언론' 3단계 공략...北비핵화-제재 해제' 여론전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4 16:20

수정 2018.10.14 16:20

지난해 7월 독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문화공연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 마크롱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독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문화공연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 마크롱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서 있다. 연합뉴스

【파리(프랑스)=조은효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7박9일 유럽 순방은 비핵화와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유럽사회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한반도 문제에 '구경꾼' 역할을 해 온 유럽이 움직인다면 북·미 정상회담 성공 개최에 대한 여론조성과 나아가 비핵화 진전에 상응한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해제, 북한 비핵화 완성과 개혁개방이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 그 '접점'은 '프랑스', '서구의 보수언론', 그리고 '교황' 3가지로 요약된다. '국가-언론- 종교지도자' 세 주체에 대한 다층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안보리 P5 佛의 역할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13일(현지시간)이번 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목적에 대해 "김정은이 정말로 비핵화를 약속하고 많은 것을 구체화한다면 그 보상으로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문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라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분석을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유럽 순방 직전인 지난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가진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로라 비커 진행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단계적 대북제재 해제 필요성을 시사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유럽 순방 직전인 지난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가진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로라 비커 진행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단계적 대북제재 해제 필요성을 시사했다. 청와대 제공

보상으로서의 유연함이란,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말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월 말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까지만 해도 대북제재 완화 문제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과 경제발전 의지에 상응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는 식으로 간접적이며 완곡한 어조를 구사했다.

하지만 이번 유럽 순방부터는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선명해졌다. 15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개최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유엔 안전보상이사회 상임이사국(P5)인 프랑스의 대북제재에 대한 입장 변화를 유도해 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는 북한과 미수교 상태이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 관망세를 취해왔다. "프랑스의 대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기본적인 정책 변화가 이뤄지고 남북대화의 의미있는 진전이 선행돼야 하며, 또한 EU및 한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추진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공식 입장을 내는 정도였다. 프랑스의 북한에 대한 입장 변화가 문 대통령이 이번 유럽 순방의 첫 번째 과제인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연합뉴스
두번째 키워드 '교황'
이번 순방의 단연 핵심은 교황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 북한 방문을 설득한다. 전세계 10억명이 넘는 신자를 가진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의 방북은 국제사회와 단절돼 온 북한의 변화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유럽 전역에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는 다시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로 가는 지렛대다. 교황은 유럽 사회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가 공식적으로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 관계자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미 대화에 부정적인 미국 내 진보층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교황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평화 교섭 과정에 대한 미국 여론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보리 상임이사국(P5)인 미·중·러 외에 프랑스와 영국마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다면 안보리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할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북·미 갈등이 고조됐을 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며 특별 메시지를 냈으며,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하기 바란다"고도 축원했다. 과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쿠바를 방문, 미국과 쿠바 중재에 나선 바 있다. 청와대는 다만, 문 대통령이 북측이 보내는 별도의 초청장을 소지하지는 않는 만큼, 교황청으로부터 이번에 방북에 대한 확답을 듣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북측이 교황청에 직접 초청장을 보내는 후속 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사회 보수언론 공략
문 대통령은 유럽순방 기간 보수 성향의 프랑스 일간지인 르피가로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또 지난 9월 미국 뉴욕 방문 중엔 보수 성향의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 했다. 폭스뉴스의 애청자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아프리카로 첫 단독 순방을 떠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폭스뉴스가 아닌 CNN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참모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엔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방문을 앞두고 보수성향의 요미우리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청와대는 잇따른 외국의 보수 언론과의 인터뷰에 대해 "최근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진전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산하기 위한 차원"이러고 설명했다.
외국의 보수여론까지 공략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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