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미워할 수만은 없는 트럼프의 '자화자찬' 정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3 20:08

수정 2018.10.13 20:08

트럼프 "난 위대한 대통령" 조소와 폭소의 경계
한국인 對트럼프 신뢰도, 전년 대비 대폭 개선
"내가 최고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27일 제73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다른 모든 행정부가 이룬 것보다 나의 행정부가 2년도 안 되는 시기 이룬 것이 더 많다"고 말하며 미소짓고 있다. 당시 좌중에서는 비웃음과 함께 폭소도 터져나왔다. /사진=연합뉴스
"내가 최고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27일 제73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다른 모든 행정부가 이룬 것보다 나의 행정부가 2년도 안 되는 시기 이룬 것이 더 많다"고 말하며 미소짓고 있다. 당시 좌중에서는 비웃음과 함께 폭소도 터져나왔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화자찬의 달인이다. 세계 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고고하게 품위를 지킬 만도 하지만 넘치는 자신감으로 자기 자신의 공적을 띄우는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다.


이런 유례없는 유형의 미국 지도자가 나타난 지도 2년이 다 돼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늘 국제적인 화제를 낳고 있다. 비웃음과 조소를 사기도 하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그 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랩 가수인 카니예 웨스트 등 문화예술인을 만난 자리에서 "전임자인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에는 북한과 전쟁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이제는 북한과 문제를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3000만명의 서울시민들이 북한과의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 살고 있으며 자칫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죽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즉 전임자에 비해 자기가 북한을 잘 통제하고 대화를 잘 해나갔기 때문에 전쟁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자화자찬을 한 셈이다.

제73차 유엔총회가 있었던 지난 9월 27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회원국 각국 외교관이 자리를 채운 가운데 연단에 올라 "재임 2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나의 행정부는 미국의 역사를 통틀어 다른 거의 모든 행정부보다 많은 성취를 이뤄냈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지난 6월 26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지사 지지유세에서도 '자뻑'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1차 북미정상회담)으로써 북한이 핵실험도,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수백만명의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만 자화자찬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7일에도 "미국 경제는 내가 항상 말한 것처럼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며 자신의 성과와 경제적 통찰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4월 29일 미국 미시간 주 워싱턴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노벨, 노벨, 노벨"을 연호하며 노벨평화상 수상해도 될 인물이라고 치켜세우자 트럼프 대통령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 4월 29일 미국 미시간 주 워싱턴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노벨, 노벨, 노벨"을 연호하며 노벨평화상 수상해도 될 인물이라고 치켜세우자 트럼프 대통령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당시 미국의 민간소비 증가세와 역대 최장의 강세장을 기록하고 있던 뉴욕증시가 발언의 배경이다. 실제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4.2%로 4년 만에 분기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자화자찬에 대한 평은 '채신머리없이 경박스럽다'는 반응과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지만 볼수록 매력이 있다'는 평가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트럼프 대통령 신뢰도는 지난해 17%에 불과했지만 이번 달 1일 기준 44%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올해 들어 진전을 보이며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이어진 것도 많은 요인들이 존재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크다는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인 정모씨(29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을 때도 경악했고 이후 행보도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지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주부 임모씨(58세)도 "북핵문제 진전이 여기까지 온데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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