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현대차, WRC 2위가 값진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1 17:14 수정 : 2018.10.2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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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벤틀리, 부가티…' 자동차 명가를 꼽을 때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럭셔리카 브랜드들이다. 이들의 이력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동차 경주대회 우승으로 대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것. 벤츠는 1901년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처음으로 명성을 떨쳤고, 벤틀리는 첫 스포츠카 '벤틀리 블로어'로 1921년 각종 레이싱대회에서 1위를 휩쓸었다. 부가티는 1930년대 유럽의 다양한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1800여회의 우승기록으로 슈퍼카 브랜드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세계 양대 자동차 경주대회는 포뮬러1(F1)과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이다. 전 세계적으로 최대 6억명이 시청할 만큼 인기가 높다. 우승 브랜드는 고성능차 이미지 각인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판매확대로 이어지다보니 업체별 기술력의 결정체(모터스포츠카)들이 총출동해 무한경쟁을 벌인다. 자동차 메이커들의 지상 최대 격전지인 셈이다.

특히 WRC는 '자동차 철인 3종기'로 불린다. 산악지형과 비포장도로 등에서 물살을 가르고 모래폭풍과 거친 바위를 헤치는 질주 본능의 극한 경주를 펼쳐서다. 순위 진입은커녕 완주도 쉽지 않아 일부 브랜드들은 아예 출전조차 엄두를 못낸다.

하지만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고 '톱3'에 진입한 '코리아 토종' 브랜드가 있다. 바로 현대차다. 자동차 명가들을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2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최정상 포디움에 오르는 게 목표다. 이 모든 게 출전 4년 만에 일궈낸 것이다.

현대차의 열정은 상상 이상이다. 대회마다 소속 랠리팀만을 위해 최대 면적 1000㎡의 2층 조립건물을 세우고 100명 넘는 팀원들이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경주차는 독일 현대모터스포츠법인(HMSG)에서 제작돼 공수된다. 엔진 개발에만 2년간 수백억원이 투입된다. 얼마 전 HMSG 방문 당시 현지 직원들은 올해 WRC 1위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한편으론 무관의 한을 풀지 못할까 부담감도 엿보였다. 조급증에 가까워 보였다. 무엇보다 분명한 건 국산 경주차가 100년 전통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을 제치고 그동안 두번째 자리를 지킨 것이다. 이 하나만으로도 한국 자동차산업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기념비적 대사건이다. 1위 낭보보다 지난 4년간 피땀 흘린 성과가 더 값져 보이는 이유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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