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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사찰'..北 진정성 제고, 비핵화 해결 단초되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9 16:58

수정 2018.10.09 16:58

폼페이오 만난 김정은 "풍계리 사찰 요청"
풍계리 폐기가 '불가역적'이라는 자신감 표현
미국 내 깊은 북한 불신감..'진정성'으로 넘어야
지난 5월 24일 폭파되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모습. 갱도에 폭약을 넣어 폭발시켰고 관측소와 실험 지원시설 역시 모두 폐기됐다./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5월 24일 폭파되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모습. 갱도에 폭약을 넣어 폭발시켰고 관측소와 실험 지원시설 역시 모두 폐기됐다./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사찰단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는 등 진정성을 알아달라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지난 1992년부터 이어진 북핵 문제가 '해피엔딩'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4차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만나 지난 5월 말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사찰을 요청했다. 폐기 당시 북한은 전문가를 배제하고 외신의 참관만 허용했다. 즉 핵실험장 폐기를 제대로 '검증'받고 향후 핵실험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또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가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으로 이뤄졌다는데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평양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을 전문가 참관 아래 영구폐기할 것이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할 경우 북핵의 상징 영변 핵시설 역시 폐기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서 더 진전된 '비핵화 행동'을 능동적으로 취한 셈이다.

■'풍계리 검증'으로 北 비핵화 진정성 제고 가능
물론 일부 미국 언론은 북한이 과거 한 번 제시해 의미를 상실한 '풍계리 카드'를 재탕하면서 미국을 꾀어내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공신력 있는 전문가 집단이 검증을 완료해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경우 북한은 비핵화 진정성을 확보할 전망이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은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다. 현재 미국 의회와 전문가그룹 등 오피니언 리더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북한에 대한 신뢰감이 전혀 없고 비핵화를 비관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를 미끼로 미국을 여러 차례 속여 왔기 때문이다.

사찰의 결과가 잘 나오면 북한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주류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도 바뀔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진정성이 대북제재의 고삐를 강하게 죄고 있는 의회, 북한에 비판적인 언론에게 반향을 줄 수 있다면 비핵화 과정도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실제로 올리 하이오넨 전 IAEA 사무차장은 "제대로 사찰이 이뤄진다면 비핵화의 중요한 진전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핵불능'넘어 신뢰의 단초
폼페이오 장관은 4차 방북에서 김 위원장과 풍계리 핵실험장 검증 말고도 동창리·영변 핵시설 폐기,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의 폐기가 선포된다면 비핵화는 해결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고 신뢰를 회복해야 미국 내부에 있는 북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잠재울 수 있고, 또 향후 비핵화 진행 과정에서 북한이 내놓는 여러 가지 조치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는 단순한 '핵 불능' 외에 풍계리 핵실험장 검증에 이어 북한 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진정성과 신뢰를 미국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단초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현재 미국 내에는 북한을 못 믿는 여론이 있기 때문에 설사 북한이 핵 신고를 하더라도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결국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대북 불신을 잠재울 수 있는 영변과 또 다른 지역의 핵시설 폐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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