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헛다리 짚는 블록체인 정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2 16:58 수정 : 2018.10.02 16:58


"암호화폐 공개(ICO)를 허용하라. 암호화폐 거래소의 등록요건을 정하자. 블록체인이 기존 산업과 결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찾아 폐지해 달라."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가 3년째 정부를 향해 한결같이 요구하는 목소리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만들겠다. 인력을 양성하겠다.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겠다.
" 정부가 내놓은 산업지원 정책이다.

하나의 산업을 놓고 정부와 업계가 내놓는 목소리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양쪽의 목표는 같은 지점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신산업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과 시장에서 뒤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기업들은 사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마냥 아무것도 못하도록 막아서지 말고 일단 시도라도 해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사업기준을 정해달라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정부는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길러주겠다고, 사업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겠고 딴소리를 한다.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정부가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는 기업들의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 편한 것을 골라 지원하겠다고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짚어봤으면 한다.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혁신기술이 자리를 잡고 성과를 내고 있는 산업분야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유망해 보이는 신기술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하지만 마땅한 기업을 찾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달부터 도박장 수준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거래소들은 당장 우수인재 유치에 제동이 걸릴 것을 걱정한다. 어떤 부모가 앞길 창창한 젊은 자녀를 도박장에 취직하도록 허락하겠느냐는 것이다. 고위 공무원들는 암호화폐라는 단어만 나와도 고개를 돌린다.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니 여전히 한국 정부는 블록체인을 모른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의 블록체인 정책은 한참 잘못됐다. 업계에서는 자금지원이 필요없단다. 4~5년 뒤에나 성과가 나올 인력양성은 지금 급하지 않단다. 그저 시장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기업이 하면 안될 것, 해도 되는 것에 대한 선만 그어달란다. 정확한 위법행위만 정리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시장은 기업들이 만들겠다는 게 기업의 목소리다.

지원(支援). 사전은 지지하여 돕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도움을 받을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진정한 도움이다. 정부의 혁신성장정책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블록체인은 육성해야 할 최대 산업 중 하나라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려면 귀 닫은 채 업계 요구에서 한참 벗어난 정책들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지원받을 기업이 원하는 것을 듣고, 정확한 정책을 다시 만들어줬으면 한다.

cafe9@fnnews.com 블록포스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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