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경제 살리기, 핵심은 총수요 회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30 16:08 수정 : 2018.09.30 16:08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지프 슘페터는 적당한 역사 감각과 역사적 경험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지니지 못한 사람은 현재를 포함한 어떤 시대의 경제현상도 이해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이론의 생명력은 역사적 현실에 대한 엄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고용참사에 따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된서리를 맞았다. 정책 의도는 좋았으나 성과는 아직 밋밋해서다.
일자리정책과 관련한 상당수 법률도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기껏 최저임금 인상 정도만 실현됐다.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떨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슘페터의 말처럼 역사적 경험에 대한 정책설계가 정교하지 않은 점도 정책의 신뢰성에 먹칠을 했다. 이론적 효과에 기대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가 아닐까. 일각에서는 정부가 흑자재정을 유지한 것이 정책실패의 큰 오점이라고 비판한다. 예산 추계부터 설계가 잘못돼 쓰는 돈이 재한돼 정책 성과가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제도적 혁신도 선행되지 않았고, 후속 개혁조치도 함량 미달이다. 부동산보유세 앞에서 갈지자로 걷고 있는 형국도 개혁의 좌초 신호로 읽힌다. 부동산정책을 포함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난타를 당하는 것도 그래서다. 우리 경제의 최대 난관은 내수부족이다. 소득이 떨어지니 소비가 줄어들고 자연 내수는 엉망이다. 국민이 느끼는 생활경기가 바닥인 것도 이런 연유다.

그렇다고 소득주도성장이 문제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지나치다. 소득주도정책은 중공업정책과 비슷한 구조라는 점에서 그 효과를 단기에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중공업정책은 투자 대비 수익이 시간이 지나야 빛을 본다. 소득주도성장 또한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면 현상의 초점을 더 넓혀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는 지난 1970년 이윤율이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특히 신흥국 부상에 따른 공급과잉과 총수요 부족이 경제회복을 옥죄고 있다. 경제회복의 핵심은 총수요다. 그런데 이게 잘 안 풀린다. 남은 방법은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민간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수요는 공공이 주도했다. 1930년대 대공황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공공투자와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런데도 자꾸 민간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주장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수출 위주의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을 망각한 처사다. 남은 과제는 기업과 개인의 성장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러나 현 경제관료들이 써내려가는 경제지도는 이런 방안들이 빠져 있다. 허울 좋은 균형재정이라는 환상에 빠져서다. 이것 또한 무책임의 참사다.

역사적으로 경제위기 때 공공투자와 재정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경제회복은 어렵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과연 시장의 자율적 기제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을까. 국제통화기금(IMF)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1985년 이후 1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경제에서 공공투자 증가가 단기, 중기 모두에 걸쳐 산출을 늘리고 민간투자를 끌어올려 실업을 줄였다는 유의미한 사실을 발견했다. 핵심은 총수요 회복이다. 공공투자와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 외에는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현실이 냉혹하지만 말이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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