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나쁜데 금리인상 압박… 고민 커진 한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4 17:35 수정 : 2018.09.14 17:35

당정, 인상론 다시 꺼내자 "부동산만 보고 올릴수 없다".. 한은 부총재 자율성 강조
채권 등 금융시장 즉각 반응, 올해 남은 금통위서 인상땐 "정부입김 반영" 비판 우려도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통화정책에 대해 정부와 여당 등에서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진한 실물경제 상황에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늘어 한계가구 파산 등 금융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14일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의 금리 관련 발언에 대해 "통화정책이 부동산가격 안정만을 겨냥해서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는 금리 인상 압박성 발언에 대한 한은의 공식 반박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전날 고강도 수요억제에 초점을 맞춘 '9.13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한은은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복잡해진 통화정책

윤 부총재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통화정책에서 부동산뿐만 아니라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율적으로 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 물가와 같은 거시경제 상황, 부동산 가격 등이 금융안정에 주는 영향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결정한다"며 "기준금리 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한은법에 의해 중립적, 자율적으로 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낙연 총리의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온 이후 금리인상론을 재점화한 것으로 시장이 받아들이자 이를 안정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 총리 발언 이후 채권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하락)하는 등 시장이 움직였다. 또 한은이 연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낙연 총리의 금리 발언으로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약화됐던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났다"며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채권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 기간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인상 결정이 쉽지 않다. 현재 경기 상황 때문이다. 버팀목이 되고 있는 수출과 소폭이나마 성장 중인 소비지표를 제외하면 1%대 중반에 머무르는 물가상승률과 부진한 투자, 고용 부진 등을 고려하면 금리인상이 적절하냐는 주장도 강하다.

이 같은 지적은 한은 금융통화위원 내에서도 있다. 신인석 한은 금통위원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물가 경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 금리조정 과정은 물가상승률이 확대돼가는 것을 '확인해가며' 진행돼야 한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 과속이 아니라 저속이 우려되는 때"라고 지적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

한은은 올해 두 차례의 금통위를 남겨뒀다. 전문가들은 남은 금통위에서 신중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리조정은 거시정책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하나를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부동산 시장을 보면 서울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올랐지만 지방은 여전히 내려간 상황이다. 전체 부동산이 오르는 것이 아닌데 통화정책을 쓰면 (한계가구 파산 등) 금융불안이 촉발될 수 있다"며 "부동산은 정책적으로 대응하고 금리정책을 거시적인 지표를 보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은 독립성 문제를 생각해서도 남은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압력으로 인상을 선택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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