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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경제 자신감 … G2 무역협상 판 하루만에 뒤집었다

"美시장 급등, 中 붕괴 전혀 급할 것 없다" 사실상 中에 항복 요구
협상 결과 나오더라도 트럼프 수용 안할 듯
2000억달러 관세부과를 앞둔 미국과 중국 간 막판 무역협상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찬물을 끼얹었다.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협상 타결 압박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류허 중국 부총리에게 막판 무역협상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나온 지 하루 만에 협상 결과에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협상 필요 없다"

조만간 중국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물리고, 중국이 맞보복 할 경우 추가로 267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그는 미국이 전혀 급할 게 없다며 사실상 중국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다. 협상이나 타협이 아닌 미국의 양보 없는 중국의 무조건 수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트위터에서 "우리(미국) 시장은 급등하고 있고, 그들(중국)의 시장은 붕괴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조만간 수십억달러를 관세로 벌어들이고,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득의양양하게 주장했다.

관세 부과로 해외 생산의 매력이 줄면 미 기업들이 공장을 미국으로 되돌릴 것이고, 일자리도 늘기 때문에 미국에는 도움이 된다는 평소의 일방적 주장에 기초한 발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미 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서 중국에 진출한 미 기업들 가운데 60% 이상이 무역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 회귀 압박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트럼프는 무역협상에 대해 "우리가 만난다면, (그런데) 우리가 만나나?"라며 매우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미 증시는 무역전쟁에도 아랑곳없이 뛰고 있고, 세계의 돈은 미 금리인상, 불안한 국제 흐름 속에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경제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협상 무용론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므누신의 제안에 외교부와 상무부 성명을 통해 환영을 나타내고 협상 기대감을 한껏 높이던 중국으로서는 협상보다는 중국의 양보에 무게가 실리면서 어디까지 양보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트럼프와 직접 담판 외에는 답이 없다

또 므누신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의 협상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피터 나바로 대통령 통상보좌관이 주축이 된 강경 관세파 사이에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협상 결과를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일지 여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도 각료들이나 참모들의 타협안을 자주 뒤집은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협상을 통해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 능력을 낮춰 철강덤핑 수출을 줄이려고 하자 그를 백악관 회동에서 강하게 질책해 협상안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안에 대해서도 최근 최종승인을 내리기까지 끊임없이 흔들기에 나선 바 있다.

유럽도 같은 딜레마를 겪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누구와 협상을 해야 대통령의 재가를 얻는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 본인 말고 마땅한 협상 대상이 있기는 한 것인지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결국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이어 자동차 관세까지 거론되면서 미국과 고조되던 통상갈등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지은 다음에야 누그러졌다.

통상정책 전문가로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이기도 한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 외에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목표가 무엇일지 알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트럼프는 확실히 본인이 중국과 무역전쟁에서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있고, 한치라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점 때문에 협상을 통한 타협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