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삽니다" 여대 곳곳 불법거래 게시글.."음성시장 활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3 13:10 수정 : 2018.09.14 11:43
A여대 학생회관 화장실에 붙어있던 '난자 기증' 게시글. "사례는 충분히 하겠다"고 쓰여있어 불법 매매가 의심된다. /사진=제보자 제공


온라인상 난자매매 위반내역 현황
2015년 2016년 2017년
294건 131건 266건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업결과보고서)


지난달 23일, 서울 시내 A여대에 다니는 김모씨(23)는 학생회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난자 기증하실 분을 찾습니다"란 제목의 게시글이 화장실 문에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게시글을 요약하면 "난임 부부로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으니 기증하실 분을 찾고 있으며, 과배란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젊은 한국 여성이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글은 "사례는 충분히 하겠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김씨는 "영화에서 보던 난자매매를 현실로 본 것 같아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며 "여대를 난자 집단으로 보는 것 같아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게시글 발견 처음 아냐…불법 노출돼 불안"
13일 대학 및 제보자 등에 따르면 A여대에서 난자 매매 게시글이 발견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5일에도 같은 게시글이 과학관에서 발견돼 학생들 사이에서 "돈을 주고 난자를 사고 파는 것은 불법인데, 신고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비슷한 기간 인근 B여대에도 해당 게시글이 붙었다. 6월 10일 B여대 화장실에서 발견된 게시글을 포함, 세 곳의 게시글의 내용과 연락가능한 메일 주소는 모두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난자와 정자를 돈을 주고 거래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게시글의 내용대로 사례금을 받는다면 이는 명백히 불법이다.

문제는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거래를 종용하는 글이 대학가에 버젓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A여대에 다니는 오모씨(24)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법적인 일에 노출돼 있다는게 무섭게 느껴진다"며 "잘 모르는 친구들은 연락해 볼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해당 학교의 관계자는 "게시글과 관련돼 학생들의 신고를 받은 일은 없지만 문제를 인지한 이상 불법 부착물에 대해 더 많이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시장 활발.."단속 어려워"
난자 불법 매매 사례는 여전히 활발하지만 음성시장은 그보다 훨씬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불법생식세포 온라인 모리터링을 실시해 발표한 연도별 '난자매매 위반내역 현황'에 따르면 2015년은 294건, 2016년은 131건으로 감소했다가 2017년 266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복지부는 불법거래 글이 게시된 포털 사이트, 방송통신위원회에 게시글 삭제와 사이트 시정 요청 등의 활동을 한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은 "사전에 단속할 수 있는 거래는 오픈된 온라인 소스를 통한 게시글"이라며 "회원제나 오프라인, 혈연간의 거래 등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거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속에 손 쓰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음성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한 몫을 한다. 한 난임협회 관계자는 "난자 거래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처벌이나 단속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아 시장을 점점 더 음성화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거래가 오간 정황이 있어야만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전 단속은 어렵다. 또 수사가 진행될 경우 정황상 난자 수요자는 처벌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위 게시글과 같은 사례에 제공자로 연루되면 죄가 인정될 수 있다.

김 사무총장은 "난자 매매 과정에서 제공 여성이 맞는 과배란 주사는 부작용 등이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국가가 관리해야하는건 사실이지만 너무 사례가 많고 보이지 않는 거래라 인력부족 등 문제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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