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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젊게 변신한 경기 오산 '오색시장'.. "수제맥주 파는 야시장 열었더니 젊은이들이 많이 와요"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8 16:48

수정 2018.08.28 16:48

시장 이름 중앙→ 오색으로 변경
로고·캐릭터와 봉투·앞치마 맞춰 수제맥주 축제 '야맥축제'도 열어
시장상인 매출 평균 60~70% 올라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오색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오색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오산(경기)=한영준 기자】 "여보세요? 네, 오늘 야시장 엽니다! 여섯시부터니깐 편하게 오시면 돼요~."

지난 24일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오색시장의 조정운 매니저에게 지역주민들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19호 태풍 솔릭이 경기권에 상륙할 거란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태풍이 미풍에 그치면서 오산 지역 주민들은 마음 편히 시장을 찾았다.

오후 여섯시가 지나고 야시장 카트가 시장 남쪽 구역에 설치되자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년층 이상이 시장을 활보하던 낮 시간대와 다르게 저녁 시간대가 되자 젊은 부부나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이 많았다. 야시장 상인들도 20대부터 30대까지 젊었다.

■지역 맞춤형 시장으로 탈바꿈하며 방문객·매출↑

인구 22만명의 도시 오산은 평균 연령이 36.4세로 전국에서 손 꼽히는 젊은 도시다. 2000년대 이후 전통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며 오산의 오색시장 상인들도 고민에 빠졌다.

오산 오색시장상인회 천정무 회장은 "동탄이나 수원에서 출퇴근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아서 주말이면 오산에 남기 보다는 다른 지역으로 많이 가면서 시장이 더 어려워졌다"고 회상했다.

오색시장의 결론은 '도시에 맞게 젊어지자'였다. '중앙시장'에서 '오색시장'으로 이름부터 바꿨다.

천 회장은 "전국상인연합회 회의를 가보니 '중앙시장'이란 이름을 가진 시장이 경기도에만 30개, 전국에 250개 가까이 되더라"며 "우리가 바꾸고 나서 부터 전국에 있는 다른 시장들도 바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시장 로고와 캐릭터는 물론 상인 공통 봉투와 앞치마도 맞췄다.

젊은 콘셉트의 꽃은 야시장이었다. 돌아다니면서 가볍게 군것질을 즐기는 젊은 층에 맞게 먹거리 메뉴를 추려 젊은 방문객이 시장에 오도록 했다. 처음엔 어려움도 있었다. 천 상인회장은 "처음엔 야시장에 소주와 맥주를 팔고 테이블을 놔뒀는데 시장에 계시던 노인들이 취해서 싸움도 일어나더라"며 "그래서 좌식 테이블을 전부 없애고 입식 테이블만 놔두고 술도 수제 맥주만 팔게 됐다"고 말했다.

야시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시장 방문객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신대 경제학부와 오색시장상인회가 2년에 한 번씩 만드는 시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평일에만 하루 평균 1만5000여명, 주말엔 2만~2만5000여명이 오색시장을 찾았다. 야시장이 만들어지기 전인 2013년엔 평일에 1600~2000명, 주말에 3000~4000명 정도가 방문했던 것과 비교하면 7~10배가 늘어난 것.

박근형 시장상인회 부회장은 "재래시장은 장년층 이상만 찾던 곳이었는데 그분들이 없어지면 시장도 없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다"며 "당장 수익을 떠나서 젊은 분들이 오게 하고 재래시장을 느끼게 하고 시장을 익숙하게 하는 것이 시장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오색시장에서 열린 야시장에서 방문객들이 수제맥주와 함께 주전부리를 먹고 있다.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오색시장에서 열린 야시장에서 방문객들이 수제맥주와 함께 주전부리를 먹고 있다.

■전통시장 최초로 '수제맥주 축제'도 열어

젊은 콘셉트를 목표로 한 오색시장은 '수제맥주'를 시장의 특산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1등 공신은 10년 이상 유럽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하던 박왕근 양조전문가다.

박씨는 "오색시장 문화관광형전통시장 육성사업단의 첫 사업단장님이 야시장을 기획하시면서 절 찾아왔다"며 "시장을 젊은 콘셉트로 탈바꿈하고 싶은데 '수제맥주를 중심으로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돕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시장 안에 공방을 만들어 '수제맥주 클래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야시장에서 파는 수제맥주를 산 30대 남성은 "오산으로 이사온 지 얼마 안 됐다"며 "서울에서 마시던 수제맥주가 그리웠는데 시장에서 팔아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야시장에서만 파는 게 아니라 시장 남쪽에 더 다양한 수제맥주를 파는 매장도 따로 운영한다"는 얘기를 듣자 이 남성은 솔깃해 하며 매장 위치를 묻기도 했다.

오색시장은 지난 2016년 전국 전통시장으론 최초로 수제맥주 축제 '오산 야맥축제'도 개최했다. 수제맥주를 만들고 파는 90~100여개의 상인들을 초대해 수제맥주를 팔게 했다. 오는 10월 19~21일에 열리는 행사가 5회째다. 목표 방문객은 16만명이다.

천 상인회장은 "예상 이상으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수제맥주 공방과 클래스 덕분에 오산의 수제맥주가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축제를 열자 전국에 있는 수제맥주동호회와 관광객들이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전통시장에서 여는 맥주 축제는 대부분 대기업의 협찬을 받아 운영되지만, 우리는 수제맥주를 파는 소상공인들만 초대한다. 다른 곳에서 하는 맥주축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면서 "다른 전통시장 맥주축제를 다녀온 수제맥주 상인들과 관광객들도 '전통시장에서 주전부리와 함께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어 더 좋았다'고 하더라"고 강조했다.


오색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면서 상인들의 매출도 늘었다. 시장 관계자는 "상인들이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평균적으로 야시장 생기기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매출이 60~70%는 늘었을 것"이라며 "장사가 잘 되니깐 임대료나 건물가격도 올랐다.
우리 시장에 없던 권리금도 생기더라"고 귀뜸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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