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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이후 통계청과 청와대 트러블 심해졌다"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8 16:38

수정 2018.08.28 17:06

[대전=정지우기자] 올해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부터 청와대와 통계청 간 지표해석을 놓고 이견이 많았다는 주장이 28일 통계청 내부에서 나왔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각종 통계지표를 놓고 분석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해석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쟁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세부자료, 회의참석요구도 수시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통계청 직원은 이를 독립성을 훼손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황수경 전 통계청장을 직접 만나 우려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히려 황 전 청장이 “‘꼭 통계청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지 않느냐. 그쪽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는 취지로 직원들을 다독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우리(청와대)는 이렇게 보는데, 너희(통계청)는 왜 이렇게 보느냐는 시각의 차이로 트러블이 있었다”며 “발표는 정해진 틀 속에서 하는데 (청와대가) 분석이라든지 그 이상으로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의) 외압은 아니었다”고 전제하면서도 “우리는 우리 입장을 지키려고 했는데 다른 쪽 입장에선 (그것을)고분고분하지 않은 것으로 봤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최저임금 발표는 지난 7월14일이었다. 이후 통계청은 그 달 31일 산업활동동향, 8월 1일 소비자물가동향, 8월17일 7월 고용동향, 8월22일 인구동향, 8월23일 2분기 가계동향조사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대부분 지표는 ‘경기개선 흐름’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반대 흐름이었다.

통계청 다른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 그런 부분(트러블)이 심해졌다”라며 “통계청과 청와대,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각자 다를 수 있는데 우리는 우리 입장을 지키려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통계청 또 다른 관계자는 “황 전 청장은 직원들과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능력이 부족했다는 일부의 소문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황 전 청장이 이임사에서 ‘청와대에 맞추려면 통계청장을 하지도 않았다. 독립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고 말하고 나서 눈물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통계청 지부는 이와 관련된 성명을 내기도 했다. 통계청 지부는 “역대 그 어느 청장보다 통계의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황수경 전 청장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경질됐다”라면서 “소득분배 및 고용악화 통계가 발표된 시점에서 단행된 청장 교체는 앞으로 발표될 통계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어렵게 할 것이며 통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통계청 지부는 “좋지 않은 상황을 ‘좋지 않다’고 투명하게 공표했음에도 마치 통계와 통계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하더니 결국 청장의 교체까지 이르고 말았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와관련 이날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통계청의 독립성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춘추관 정례 브리핑에서 “(문 정부는) 통계청의 독립성을 훼손할 만한 지시를 내린 적이 결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이날 정부대전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통계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지만 특정한 해석을 염두에 둔 통계는 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했을 때 많은 야당 의원들이 그러한 우려를 했다.
혹시 다른 분들도 그런 염려를 가졌다면 염려할 만한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라고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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