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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한국당 혁신 먼저"..친박계 "인적 쇄신이 우선"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0 21:30

수정 2018.08.20 22:09

한국당 연찬회서 양측 격론..정기국회 대응 방안이 아닌 계파갈등·인적청산 재부각
'새로운 성장론'이란 가치를 앞세워 당을 혁신하려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적쇄신을 외치는 친박근혜계 간 의견차가 수면 위로 부각됐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한달을 막 넘긴 가운데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기강을 다잡고자 20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 연찬회에선 결국 인적쇄신 이슈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일단 김병준 위원장은 당장 인적청산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혁신 방향에 친박계 의원들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복귀를 노리는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해 복당파 지도부를 겨냥한 듯 인적청산을 강하게 요구하며 쓴소리를 했다. 아울러 비공개 토론 시간에는 친박들을 배제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는 등 계파 갈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수 책임 vs. 자동차 책임

이날 경기 과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연찬회 질의응답에서 김병준 위원장과 친박 의원들은 인적쇄신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한달 동안 자신을 가장 괴롭힌 문제가 '인적청산'이었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인적청산을 하지 않으면 혁신이 없는 것이고 비대위가 없는 것이라고 얘기를 해왔다"며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는 고장난 자동차다"라며 "고장난 자동차인데 그 차를 두고 누가 운전을 하겠나. 기사 목을 잘라라, 내보내라 하는 것은 당연히 맞지만 자동차를 고치지 않고선 아무리 좋은 기사를 영입해서 차가 잘 가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에 친박 김진태 의원은 "운전수가 문제가 아니고 차가 고장났다는 것에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차는 별로 고장난 게 없는데 운전수가 문제다. 오늘 다뤘던 주제들을 보면 다툼이 별로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20대 총선 참패, 탄핵, 지방선거 대참패의 사건마다 당을 이끌던 리더십이 굉장히 문제였다"며 "자꾸 엉덩이를 들썩들썩하지 말고 중도도 포용해야 하지 않냐 하지 말라. 제대로 선명한 우파정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완수 의원도 홍준표 전 대표를 겨냥한 듯 "당 이념이나 가치 정립에 공감하지만 비대위가 많이 있었음에도 당 지도자가 바뀌니 아무 소용 없었다"며 "당 지도자 한 마디가 수십만 당원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김 위원장은 "그 행태가 바로돼야 하는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또 한편으로 그러한 지도자가 안나오게 펀더멘털, 기본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맞받아쳤다.

비공개 토론 시간에는 친박 중진인 홍문종 의원이 친박계 의원들이 주요 당직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탄핵 백서를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했으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언이다.

■일단 정기국회 매진 의견 모아

이날 연찬회는 정기국회 대응방향 논의를 위해 모인 자리였으나 결국 계파 갈등과 인적청산 논쟁이 다시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 스스로 계파 갈등을 비롯한 분열이 당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은 시급해 보인다.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선동 의원은 '당이 잘못한 것'에 대해 응답한 당 소속 의원 95명 중 53명(55.8%)이 '계파 갈등 및 보수 분열'을 꼽았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연찬회를 통해 이번 정기국회를 민생경제국회로 만들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일단 9월 정기국회에 매진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외에도 환골탈태는 물론, 문재인정부의 정책실패를 바로잡아 대안을 제시하는 수권정당으로 거듭 태어난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법무부로부터 주요 민생법안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관련해 현안을 보고받은 한국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키로 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개정안에 대한 특별한 진전은 없었으나 이해도를 높임과 동시에 접점을 모색하면서 이른 시간 내에 여당과 타협점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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