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어설픈 개혁 일방주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6 16:42 수정 : 2018.08.06 16:42

최저임금 3단논법 허점 많아.. 경상성장률 3~4배 감당 어려워
현실을 외면하면 설 자리 없어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에 나섰다. 극심한 불경기는 아랑곳없이 치솟는 최저임금을 견딜 재간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생존권 운동 연대'라는 조직도 만들었다. 오는 29일에는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도 벌일 계획이다.
생존권, 불복종, 총궐기 등의 언어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살벌하다. 시위가 과격해져 인명사고와 같은 불상사가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문재인정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소상공인은 영세 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로 그 숫자가 700만명이나 된다. 이들이 외치는 구호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도 예사롭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 중심 경제'를 하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사람이 아니냐고 묻고 있다. 사실 그들은 최저임금 협상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됐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성도 그랬고, 국회가 산입범위 확대를 결정할 때도 그랬다. 국민 대접을 못 받았으니 앞으로는 제대로 대접을 해달라는 그들의 외침에 공감이 간다.

'2020년 최저시급 1만원' 공약부터가 무리수였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속성장 시대로 진입했다. 소비자물가가 1%대이고, 실질성장률은 2%대에 불과하다. 물가와 성장률을 합친 경상성장률도 4%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정권적 차원의 의지를 반영한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는 6~7% 정도다. 그런데 올해 16.4%에 이어 내년에 10.9%를 또 올리기로 했다. 극심한 불경기로 매출이 줄거나 고작해야 현상유지인데 2년간 29%나 오른 인건비를 견뎌낼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될까. 최저임금은 극빈층 근로자들에게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다. 이를 평균적인 근로자들의 소득향상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쓰는 것은 잘못이다.

선거 때 한 공약을 성실하게 지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공약을 지키기 위해 경제를 과도하게 희생한다면 그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공약이 지나치게 무리한 것이라면 재고해야 한다. 몸에 좋은 약도 과다복용하면 건강에 해로운 법이다.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2배 이상 초과했으니 거부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현실을 외면한 개혁은 설 자리가 없다. 처음부터 어설픈 개혁일방주의가 문제였다. 이는 다음과 같은 3단논법에서 출발한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정의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다. 고로 최저임금 인상은 정의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두 번째 명제다. 이념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에서는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상공인들이 대표적인 예다. 그들 중에는 월수입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거나 아예 적자를 보고 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투자비를 다 까먹고 빚더미에 올라 폐업하려 해도 인수자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문을 열고 있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형편이 다르고, 경제적 지위도 천차만별이다.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재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외골수로 끌고갈 일이 아니다.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해 전면 수정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길이다. 현실에 대한 이해와 배려,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이고 시혜적으로 베푸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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