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北, 미군 유해 55구 송환… 트럼프 “생큐 김정은”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7 18:01

수정 2018.07.27 21:11

美 수송기, 北 원산 들러 유해 싣고 오산기지 복귀
백악관 “김정은 약속 이행 긍정적 모멘텀에 고무돼”
비핵화 직접 조치 아니지만 양국 후속협상의 동력 역할..北, 美에 요구수위 높일듯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은 27일 6·25전쟁 중 북측에서 사망한 미군의 유해가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경기 평택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로 송환되고 있다. 미국 측은 재차 유해확인 절차를 밟은 뒤 내달 1일 오산기지에서 공식 유해송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은 27일 6·25전쟁 중 북측에서 사망한 미군의 유해가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경기 평택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로 송환되고 있다. 미국 측은 재차 유해확인 절차를 밟은 뒤 내달 1일 오산기지에서 공식 유해송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북한이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이한 27일,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미군 유해를 송환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한 항목인 유해송환이 이행됨에 따라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의 교환을 위한 북·미 간 후속협상에 동력을 제공하게 될지 주목된다.


■백악관 "긍정적 변화를 위한 모멘텀"

백악관은 27일 북한으로부터 6·25전쟁 참전 미군 병사들의 유해를 인도받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 수송기는 유해송환을 위해 이날 오전 5시55분 오산 미군기지를 이륙해 북한 원산으로 갔다가 유해를 싣고 다시 이날 오전 11시께 오산으로 복귀했다. 백악관은 수송기가 원산을 출발한 직후 낸 성명에서 "전사한 미군 병사 유해를 실은 미 공군 C-17 수송기 한 대가 북한 원산을 출발했다"고 바로 확인했다. 주한 유엔군사령부에 따르면 이날 북한으로부터 유해 55구가 반환돼 수송기에 실렸다.

백악관은 "오늘 이뤄진 조치는 북한으로부터의 유해송환,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약 5300명의 미군을 찾기 위한 북한 내 발굴작업이 재개되는 중대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김 위원장은 전사한 미군 유해를 돌려보내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던 약속의 일부를 이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의 조치와 긍정적 변화를 향한 모멘텀에 고무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오산 공군기지에서 반환된 유해에 대해 초기 확인 절차를 밟은 뒤 내달 1일 공식 송환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해송환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환된 유해는 하와이에 본부를 둔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의 포렌식 신원확인을 거친 뒤 미 본토로 최종 이송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해송환과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군 유해가 곧 북한을 떠나 미국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아주 많은 가정들에게 위대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김정은(국무위원장)에게 고맙다"고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일리노이주 그래닛시티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한 자리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굉장한 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그는 매우 영리하며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北, 미국에 요구수위 높이나

이번 유해송환은 2007년 4월 11일 빌 리처드슨 당시 미국 뉴멕시코주지사의 방북으로 미군 유해 6구를 송환한 이후 11년3개월 만이다. 지난 1950~1953년 6·25전쟁에서 미군 3만6000명이 사망했고 7700명이 실종됐다. 이 중 5300명이 북한 지역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군 유해 송환을 약속한 뒤 판문점에서 관련 장성급회담과 실무회담을 개최해 송환 문제를 논의해왔다. 유해송환은 비핵화와 직접 관련 있는 조치는 아니지만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첫 이행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송환 조치를 양국 간 '선의'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이번 송환 조치를 계기로 북한이 미국 측에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CNN에 "이제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상황에 놓였다"면서 "유해 송환이 이뤄지면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의 절반은 이행했다고 주장하며 요구사항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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