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패션

신던 운동화가 185만원? 명품브랜드에 엇갈린 시선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8 08:31

수정 2018.07.28 08:31

메종 마르지엘라의 '퓨전 스니커즈' [사진=미 노드스트롬 백화점 공식 홈페이지]
메종 마르지엘라의 '퓨전 스니커즈' [사진=미 노드스트롬 백화점 공식 홈페이지]

군데군데 벗겨진 밑창과 접착제가 흘러넘친 듯 투박한 외관, 누군가 작정하고 망가뜨린 듯한 운동화가 웬만한 운동화 열 켤레에 달하는 고가에 팔리고 있다.

누군가 오래 신은 듯하지만 사실 이 운동화는 따끈따끈한 '신상'이다. '퓨전 스니커즈'라는 이름의 운동화는 지난달 프랑스 패션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가 내놨다. 가격은 1646달러(약 185만원)이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낡고 해져 곧 버려야 할 것 같은 운동화를 출시하고 있다. 일명 '어글리슈즈' 말 그대로 못생긴 신발이다.


구찌의 라이톤 레더 스니커즈 [사진=구찌 공식 홈페이지]
구찌의 라이톤 레더 스니커즈 [사진=구찌 공식 홈페이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역시 최근 '라이톤 레더 스니커즈' 라는 이름의 운동화를 내놨다. 신발 겉면에 일부러 때를 묻혀 전반적으로 남루한 디자인이다. 가격은 740달러, 우리 돈으로 100만원 정도다.

어글리슈즈라면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프랑스 '발렌시아가'다. 발렌시아가는 지난해 '트리플S' 운동화를 출시했다. 해진 부분에 고무를 덧댄 듯한 두꺼운 밑창이 특징으로 110만원 선에 구매할 수 있다.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 운동화들 [사진=발렌시아가 공식 홈페이지]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 운동화들 [사진=발렌시아가 공식 홈페이지]

'누가 이런 운동화를 살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해당 제품들은 큰 인기를 얻으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직접 착용하기도 한다.

다만 가난의 이미지를 패션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가에 대해 일부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골든구스의 '디스트레스드 슈퍼스타 스니커즈 [사진=트위터]
골든구스의 '디스트레스드 슈퍼스타 스니커즈 [사진=트위터]

2016년 이탈리아 브랜드 골든구스가 내놓은 50~60만원대 운동화 '디스트레스드 슈퍼스타 스니커즈'는 '빈곤 도용'이라면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신발의 앞부분에는 접착테이프가 붙어있고, 곳곳은 시궁창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듯 심하게 때가 타 있다.

당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빈곤을 조롱하는 패션' '가난한 사람을 모욕하는 제품'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물론 빈티지 패션의 한 부분이라면서 옹호하는 이들도 많다.
구제를 콘셉트로 한 명품브랜드의 힘이다.

이후에도 패션브랜드들은 낡은 운동화를 출시했고, 어글리슈즈는 트렌드가 됐다.
그러나 더 세련돼 보이기 위해 '일부러' 망친 옷과 신발을 고가에 판매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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