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회식 사라진 여의도 … 상권이 죽어간다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5 17:34

수정 2018.07.25 17:34

자영업자의 한숨 "김영란법 버티니…최저임금 오르고…직장인들은 칼퇴근"
알짜 입지 가게들도 한두달새 줄줄이 폐업
권리금 없이 월세 낮춰도 새 주인 못찾아 비어있어.. 커피숍·맛집들만 생존
텅 빈 상가들 증권사와 각종 금융공기업 등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상가시장이 김영란법과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 '3중고'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25일 여의도의 한 족발집에 영업종료를 알리는 문구가 내걸려 있고(왼쪽 사진), 폐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가에는 아직 집기가 정리되지 않고 남아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텅 빈 상가들 증권사와 각종 금융공기업 등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상가시장이 김영란법과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 '3중고'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25일 여의도의 한 족발집에 영업종료를 알리는 문구가 내걸려 있고(왼쪽 사진), 폐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가에는 아직 집기가 정리되지 않고 남아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단체 손님이 줄고 직장인들이 '칼퇴' 하면서 작년 매출이 2015년보다 1억원이나 줄었다. 내년까지 보고, 안되면 14년 운영한 식당 문을 닫을 생각이다.
"(여의도 식당주인 A씨)

"여의도 1~2층에 상가가 비면 부동산에 매물이 나오기 전에 거래가 끝났지만 최근에는 매물이 넘친다. 상가가 나오면 전에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에 연락했지만 최근에는 커피숍도 포화다."(여의도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지속되는 불경기에 △김영란법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3중고'가 겹치면서 증권·금융 중심지 서울 여의도 상가가 얼어붙고 있다. 지난 2016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단체손님이 줄었고, 최저임금 인상과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 못해 권리금을 포기한 가게들이 매물로 나왔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달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로 직장인들의 퇴근이 빨라지며 '언 발에 찬물까지 튀는 상황'이 됐다.

■횟집 이어 족발집까지…폐업 속출

25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와 각종 금융공기업 등이 밀집한 여의도는 정부과천청사 등과 함께 대표적인 평일 상권단지로 꼽힌다. 직장인이 출근을 하지 않는 주말에는 '고스트 타운'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는다. 2016년 하반기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일식당들은 3만원 미만의 '김영란 메뉴'를 출시했으나 몇 년을 버티지 못했다. 높은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 법인카드 고객의 감소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 소위 알짜 입지에 있는 가게들이 최근 한두 달 사이에 폐업을 하거나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여의도 중심 상권의 한 족발집은 지난 19일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고 가게문을 닫았다. 김영란법 반사효과로 치킨집과 족발집에 손님이 몰렸으나 최근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지하 1층에서 35년 전통 복요리를 하는 식당은 새 주인을 찾고 있었다. 기자가 전화로 임대 문의를 하자 "전용 100평 면적에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00이고 권리금은 없다"며 "영업을 하고 있으니 지금 당장 가게를 보실 수 있다"는 다급한 답이 들려왔다. 앞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전해들은 주변상가 월세의 절반 수준이었다.

■권리금 없어도 2년째 공실

여의도 금융감독원 길 건너편, 한 대기업이 소유한 건물 지하 1층에는 초밥집이 있었으나 현재 2년째 비어 있다. 같은 건물에서 14년째 식당을 운영해온 한 점주는 "2017년 매출이 2015년과 비교해 1억원 가까이 줄었다"며 "우리 빼고 나머지 식당들은 다 주인이 바뀌었고, 5년씩 하던 계약을 올해는 1년만 연장해 내년에 문을 닫을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끼에 8000원 정도인데 회사 대기업 직원들도 회사식당을 이용하고 '칼퇴근'을 하면서 그마저도 손님이 더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2년 전에 한 건물 4층에 권리금을 2억원 주고 들어간 상가가 현재 권리금 없이 나와 있지만 주인을 못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1~2층 상가가 빠지면 부동산에 매물로 나오기도 전에 거래가 끝났다"며 "지난 몇 년간은 가게가 비면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에 먼저 알렸으나 최근에는 커피 전문점도 넘쳐난다"고 귀띔했다.

■대박집, 스타벅스만 생존 가능

대형 포털 지도에 '여의도동 커피'를 검색하면 모두 1495개의 가게가 나온다. 5~10m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커피전문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A커피전문점이 사라지면 그 자리에 B나 C커피전문점이 들어서는 식이다. 여의도에서 상가를 운영하려면 '건물주'이거나 '대박집의 사장'이거나 '커피전문점'이 아니면 안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상가정보연구소 이상혁 차장은 "기존 중심상권이라도 대형상가의 경우는 치솟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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