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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월풀의 교훈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9 17:32

수정 2018.07.19 17:32

미국 최대 가전업체인 월풀이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해달라는 청원을 냈다. 타깃은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미국은 청원을 받아들여 올 1월부터 쿼터(120만대) 이내는 20%, 초과분에는 50%의 고율 관세를 물렸다.

이로부터 6개월이 흘렀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세탁기시장 점유율 순위는 삼성전자가 1위(18.7%), 월풀이 2위(18.5%), LG전자가 3위(16.5%)였다. 올 1.4분기에 삼성전자는 1위(19.6%)를 유지했고, LG전자는 2위(16.5%)로 올라섰다.
반면 월풀은 4위(14.1%)로 밀려났다.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가 선정한 세탁기 부문 베스트셀러 상위 20위에 삼성전자는 8개, LG전자도 8개 모델을 올렸다. 월풀은 겨우 한 제품만 올랐다. 월풀 주가는 지난 6개월간 15% 떨어졌다.

월풀의 참담한 패배였다. 월풀은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시장에서 한국업체들과 혈투를 벌여왔다.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업체 손을 들어주었다. 실력 대결에서 진 월풀은 편법을 동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편승해 한국 업체들을 미국 시장에서 몰아내려 했다. 그 청원은 받아들여졌지만 관세장벽이 월풀을 보호해주지는 못했다.

미 자동차제조업연맹(AAM)은 최근 수입차 관세부과에 반대하는 청원을 트럼프 행정부에 냈다. AAM은 청원에서 "고율 관세를 물리면 차값이 올라 판매가 줄고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부품을 대부분 수입해다 쓰는데 수입가격이 오를 것을 걱정하고 있다.

무역은 흑자냐, 적자냐를 불문하고 거래 쌍방에 모두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이뤄진다. 만약 적자국이 손해를 보게 된다면 무역은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회귀는 미국의 기업, 노동자, 소비자 어느 쪽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미국 내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보호무역으로 경쟁력 없는 기업과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무역적자국도 보호무역보다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
월풀 사례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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