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동남아 건설현장…"'반년은 우기' 공사는 언제해"

뉴스1 입력 :2018.07.12 05:00 수정 : 2018.07.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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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와 약속한 공기지연 발생 우려…손실 커
"채용도 해법 아냐…최저가 등 수주여건 개선 자성도"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이동희 기자 = "1년 중에 비 오는 날이 절반이에요. 공사에 집중할 시간은 부족한데 정부 정책은 따라야 합니다. 앞으로 발주처와 약속한 공기(공사기한)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A건설 동남아 현장소장)

이달부터 본격적인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해외건설 현장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지 공사 사정과 발주처 관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 직원들도 제도 정착까지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 52시간 본격 시행…국가별 문화차이 존재

12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돌입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현장도 예외없이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해외 현장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 형태는 탄력근무제다. 예를 들어 현장상황에 따라 특정일 근무시간이 단축되면 남은 시간을 다른 날에 몰아서 하는 것을 말한다. 3개월 단위로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되 주 52시간 근무를 준수하는 방식이다. 일부 건설사는 올초부터 탄력근무제를 적용해 적응기간을 갖기도 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현장직원들은 주 6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며 "석달을 근무하면 2주간의 휴가가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중동 건설현장도 근무 방식이 이미 '유럽화'돼 있어 주 52시간 근무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한 건설현장 관계자는 "서구문화가 자리잡은 국가 대부분은 엄격하게 근무시간을 지키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하청구조가 아니므로 주 52시간이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적응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특히 우기가 수개월에 달하는 동남아에선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공사현장에선 비가 올 경우 안전과 부실 시공을 우려해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결국 1년에 절반 정도만 공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해 공기를 맞추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줄면 공기는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건설현장 직원(동남아 근무)은 "회사원 입장에서 근무시간이 줄어 여가를 즐길 수 있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당장 눈앞에서 공기가 지연되는데 쉬겠다고 나설 수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해외에선 발주처와 약속한 공기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란 기로에 서 있다. 단 하루 지연에 따른 손실액만 수십억원에 달한다. A건설 현장소장은 "공기가 한달이 지연되면 전체 사업비에서 1% 손실이 발생한다"며 "어떤 발주처도 공기에 대해선 양보가 없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해외건설 현장 직원도 "현지 건축 자재는 품질이 나빠 날씨에 따른 변형으로 폐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며 "결국 한국에서 배를 통해 조달하면 두세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직원 추가채용이 능사 아냐…"수주환경 개선돼야"

일부에선 직원을 늘려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주 52시간 제도가 정착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도 주 52시간 근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이는 수주산업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는 견해가 상당수다.

일반적으로 공사 현장에선 현채직(현장에서 채용한 직원)이라 불리는 비정규직을 고용한다.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해당 프로젝트 수익률은 급격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별도의 수주가 없다면 이들을 가용할 수 없어 더 큰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초 대림산업은 수주가 줄어든 해외 플랜트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했다.

K건설 현장소장은 "정부 의도는 정규직 인원을 추가로 뽑아 현장을 운영하라는 것"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 해외수주 연속성이 부족해 추가 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해외현장 직원들은 당장 주52시간 근무의 철저한 시행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국내 건설사의 열악한 수주 환경이 배경에 있다. 현재 국내 건설사의 기술력은 중국 기업에 밀리고 있다. 그나마 가격 경쟁력과 빠른 공기로 근근이 수주를 따내고 있는 상황이다. 주 52시간 근무는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주52시간 근무제가 해외건설 현장에서도 뿌리내리려면 수주 환경이 변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수주액의 현실화가 없다면 적자는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저가 입찰을 통해 일감 확보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많게는 수천억 적자까지 발생했던 국내 건설사들에겐 '주 52시간'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다만 최근 기술력으로 수주를 확보한 건설사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실제 한 국내 건설사는 최저가 입찰이 아님에도 기술력으로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 수주권을 확보해 관심을 끌었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장기적으로 해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 건설사 해외파견 직원은 "기술력에서 다른 국가와 차별점이 있다면 부족한 가격 경쟁력을 만회할 수 있다"며 "사업비에 여유가 있어야 근로여건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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