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입 정시 비중 높이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9 17:24 수정 : 2018.07.09 17:24


"개천에서 용난다." 사전적 의미로는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경우를 말한다. 풀어 말하면 집안이 가난하더라도 본인의 능력이 출중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대학 입학은 이 같은 속담이 현실화되는 과정 중 하나였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구두를 닦거나, 지금은 없어진 버스 차장을 하면서 공부를 해서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미담 기사는 대입기간이 끝나면 매번 나오는 미담 기사 중 하나였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책으로 유명한 장승수 변호사도 미담 기사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미담 기사는 사라졌다. 이는 정시가 아닌 수시 비중이 늘어나면서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이 원인처럼 보인다. 수시모집에서 치르는 학생부전형, 논술전형, 적성전형, 입학사정관전형, 실기전형 등은 개인이 공부만 해서 이뤄낼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상 사교육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정시모집은 수학능력시험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개인의 노력으로도 대학 입학이 가능한 영역이지만 모집비율이 축소되면서 '흙수저' 학생들의 기회가 줄어든 셈이다. 수시모집 비율이 정시모집 비율을 역전한 것은 2006년이다. 그해 치러진 2007학년도 대입 전형별 모집비율은 수시가 51.5%였고, 정시는 48.5%였다. 수시모집 비율은 이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올 11월 치르는 2019학년도 수시모집 비율은 76.2%로 사상 최고치다. 같은 기간 학생 1인당 사교육비도 덩달아 늘고 있다. 지난 3월 통계청과 교육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을 받는 초·중·고생 1명이 지출하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7년 28만8000원에서 지난해 38만4000원으로 9만6000원 상승했다.

고교생의 사교육비 상승 폭은 2007년 35만9000원에서 지난해 51만5000원으로 15만6000원이나 올랐다. 수시 확대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생각과 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대입공론화위원회는 오는 8월 2022학년도 대입 관련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지나치게 높아진 수시와 정시 비중을 적절히 조절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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