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무역전쟁의 역사, 그 승자와 패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6 16:55 수정 : 2018.07.06 19:04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영국 역사학자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

역사를 되돌아보면 무역전쟁의 끝은 항상 좋지 않았다. 무역전쟁에서는 오직 패자만 존재한다는 말이 그리 틀리지 않았다. 무역전쟁 당사국들이 만신창이가 되는 동안 다른 국가들이 어부지리로 전쟁의 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19세기 말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전쟁 결말은 양국의 수출 급감이었다.

1854년 체결된 캐나다·미국 상호이해 협정(Canada-America Reciprocity Treaty)이 1866년 파기된 뒤 캐나다는 관세인상 정책을 도입했다. 경제침체 속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존 맥도널드 캐나다 초대 총리가 1878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본격적인 보호무역정책이 추진된 것이다. 결과는 나빴다. 캐나다의 대미 수출량이 오히려 급감한 것이다. 옆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대영제국과 소비에트가 이 전쟁의 승자가 됐다. 캐나다가 미국을 대신할 수출 활로를 찾게 되면서 대영제국과 1917년 러시아 혁명 및 사회주의 부상 이후 서방으로부터 외면받던 소비에트 연방이 무역에서 혜택을 보게 됐다.

19세기 말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관세전쟁도 마찬가지다. 통일 이탈리아가 국내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프랑스산 제품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했고,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보복관세로 맞섰다. 그 결과는 먼저 싸움을 건 이탈리아의 패배였다. 이탈리아의 대프랑스 수출량은 급감했다. 이탈리아가 관세정책을 포기한 뒤에도 프랑스는 수년간 이탈리아에 고율관세를 계속 부과하며 고통을 안겼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무역전쟁은 1930년 미국 스무트·홀리 관세법 제정으로 촉발된 글로벌 관세전쟁이다. 1929년 뉴욕 주식시장 폭락으로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실업자가 속출하자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은 불황 타개를 위해 농업부문에 대한 관세인상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 리드 스무트 의원과 윌리스 홀리 의원은 이보다 더 공격적이고 전방위적 관세법안을 주도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알려진 이 법안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만여개 수입품목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23개 무역 상대국들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면서 세계적 무역전쟁이 벌어졌다.

결과는 참혹했다. 1929~1932년 세계 무역규모는 61% 줄었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5% 감소했다. 미국이 치른 대가는 더 컸다. 1929~1932년 수입과 수출이 각각 66%, 61% 급감했고 1930년 8%였던 실업률은 1932년 25%까지 치솟았다. 대공황이 악화되고 독일 나치 및 파시즘이 태동했다. 미국은 결국 1934년 법안을 폐기했다. 이 전쟁에 승자는 없었다.

1960년대 미국과 유럽의 '치킨전쟁'은 어땠을까. 유럽에 미국산 닭고기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유럽 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자 1962년 유럽경제공동체(ECC)는 서독에 수입되는 닭고기에 수입관세를 크게 올렸다. 이에 미국은 1963년 유럽산 브랜디, 경량트럭, 폭스바겐 버스 등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ECC가 물러서지 않으면서 미국이 패자가 됐다. 의도치 않게 미국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큰 피해자가 됐다.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약화, 현대화 및 비용절감 실패 등으로 수십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 7월 6일 0시1분(미국 동부시간 기준)을 기해 미국은 중국을 향해 무역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 가운데 340억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나머지 160억달러어치, 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2주 이내에 관세가 매겨질 예정이다. 중국도 동일한 규모와 강도로 반격하겠다는 입장이다. 벌써부터 이번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점치고 있지만 '승자 없는 치킨게임'이 벌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높다. 어떤 무역전쟁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는 가격상승 부담을 떠안게 될 소비자,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은 빈곤층이라는 점이 가슴 아프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국제부 기자
네이버채널안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Loading... 댓글로딩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