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보수 야당 '꼰대 DNA'부터 솎아내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4 17:06 수정 : 2018.07.04 17:06

변화 거부하는 체질이 문제, 현 정권 실패 기다리지 말고 대안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야당이 날개 없이 추락 중이다. 2년 전 총선에서 참패한 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은 대선에서 정권을 내준 게 끝이 아니었다.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제1야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패배로 마침내 '그라운드 제로'로 내려앉았다.

성자필쇠(盛者必衰). 서양의 마키아벨리도 동의했던 사자성어다.
국가든 개인이든 번창 그 자체에 패망의 원인이 숨어 있는 법이다. 며칠 전 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위 독일도 축구 변방국인 한국에 무너졌다. 정당이 자만심에 빠져 변화를 거부하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건 당연하다. 이번에 보수 야권은 '탄핵 원죄'에다 내부 분열까지 겹쳤으니 자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국민이 현 정권이 예뻐서 표를 몰아준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조차 "집권 1년이 지났지만 남북 문제와 적폐 수사를 빼면 무슨 실적이 있나"고 반문할 정도 아닌가.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보수·진보·중도 성향 비율은 대체로 30대 30대 40이다. 한국당의 이번 득표율은 27.8%였다. 진보 성향 유권자 이외에 중도 40%가 야권 심판에 가세한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말로는 국민이 든 회초리를 달게 맞겠단다. '나를 제외한' 다른 구성원들이 헌신하기를 바라는 행태도 여전하다.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이 중앙당 청산위원장을 맡는 쇄신안을 발표하자 당 일각에서 "당신이 먼저 물러나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얼마 전 '보수 그라운드 제로 세미나'에선 보수 폭망의 원인을 홍보·기획력 부재 탓으로 돌리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러니 "우파 탁현민(청와대 행정관)"이 필요하다는, 생뚱맞은 해법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판문점 남북정상 회담이나 싱가포르 미·북 회담 등을 "위장 평화쇼"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보라. 국민 다수는 독재 세습이나 주민 억압 등 북한 정권의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평화공존에 대한 기대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보수 야당도 한반도 평화 담론에 대해 무조건 반대가 아닌, 대안 있는 비판을 했어야 했다.

물론 야권의 궤멸이 국민의 입장에선 얼마간 걱정스럽긴 하다. 대구·경북을 뺀 다수 시·도 의회에선 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할 정도라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고 했다. 견제 없는 권력은 폭주하기 마련이니…. 보수 정치의 비조 에드먼드 버크는 '점진적 개선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수주의를 요약했었다. 영국·독일 등 선진국 보수 정당들은 사회 개량에 앞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보수(補修)한 덕분에 여전히 집권하고 있을 법하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 선거에서 국민은 보수를 심판한 게 아니라 변화를 거부하는 야당의 '꼰대 근성'을 응징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야권이 그야말로 환골탈태하지 않은 채 화장만 고쳐 국민의 지지를 기대한다고? 오지 않을 고도(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속 인물)를 기다리는 것처럼 무망한 일일 것이다.

보수 야당이 부활하려면 차제에 '웰빙 체질'의 올드보이들부터 제 발로 사라져주면 좋을 것이다. 다만 물리적 나이가 아니라 '젊은 사고'로의 재무장 여부가 관건일 듯싶다. 막말 비판을 일삼으며 여권의 실족을 기다리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품격 있게 대안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란 뜻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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