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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 美中보복전] 中 또다른 대응카드, 美기업 직접 압박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7:01

수정 2018.06.20 17:01

위부터 일본 브랜드, 미국 브랜드, 한국 브랜드 /사진=WSJ, CEIC, 캐피털 이코노믹스
위부터 일본 브랜드, 미국 브랜드, 한국 브랜드 /사진=WSJ, CEIC, 캐피털 이코노믹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동원할 수 있는 카드 가운데 하나는 미 기업들을 직접 압박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2년 일본과 중국간 영토분쟁 당시 일본 자동차 불매운동,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HAD) 배치에 따른 한한령 등이 좋은 예라고 WSJ은 지적했다.

당시 일본과 한국 기업들 모두 막대한 타격을 입었고, 사드 부지를 내준 롯데그룹은 사실상 중국 할인매장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4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카드로 중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중국 역시 주요 미 기업들과 산업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것이 가능한 카드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장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산업은 자동차다.

중국은 지난달 미국과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낮추겠다고 다짐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행으로 물거품이 됐다.


중국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들에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곳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중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테슬라의 최대 시장이다.

미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장들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BMW, 다임러 등 독일 업체들은 미 공장에서 SUV를 만들어 중국 시장에서 판다.

무역전쟁이 거세지면 미국내 자동차 공장 고용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뜻한다.

이 같은 우려는 주가에 곧바로 반영됐다.

이날 BMW, 다임러 주가는 1년만에 최저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막대한 부채로 그러잖아도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테슬라 주가는 5% 가까이 폭락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아시아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크 윌리엄스는 중국이 일본과 한국에 이 같은 전략을 활용한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영토분쟁으로 갈등을 겪을 당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대중 수출은 석달동안 80% 급감했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 역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으로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디트로이트의 빅3(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직접 중국에 수출하는 차는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충격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GM의 경우 중국과 합작벤처를 통해 중국에서 연간 20억달러 순익을 거둔다. GM 전체 세전순익의 17%를 차지하는 규모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적자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는 수치이지만 디트로이트에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WSJ은 지적했다.

중국의 막강하고 효율적인 관료체제도 또 다른 위험요인이다. 정부 정책을 통해외국 기업들에 고강도 압박을 효율적으로 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미 반도체 업체 퀄컴의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업체 NXP반도체 인수는 중국의 어깃장으로 사실상 물건너갔다.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면서 NXP 주가는 퀄컴이 제시한 인수가보다 15%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거의 모든 대형 글로벌 업체들의 인수합병(M&A)은 중국 규제당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롯데 사례도 제시됐다.
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 관료체제의 분노를 자아낸 롯데는 소방안전 규정을 핑계로 롯데마트 99개 가운데 55개가 운영중단 됐다.

중국이 공무원들을 동원해 다양한 방법으로 효과적인 보복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적자 개선 노력은 중국이 미 기업들에 광범위한 충격을 줄 수 있음을 무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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