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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 칼럼]전쟁의 경제학, 평화의 경제학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9 17:09

수정 2018.06.19 17:09

[한미재무학회 칼럼]전쟁의 경제학, 평화의 경제학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중대하고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한반도의 전쟁위기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교류에서 그 해결점을 모색하기 시작하더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극적인 과정을 통해 해결되는 듯하다. 흔히 전쟁을 인간 역사 발전의 필요악이라 이야기한다.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함에 있어서 2차 세계대전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고, 일본은 6·25전쟁의 폐허를 통해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으며, 한국 역시 베트남전쟁의 포화 속에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한반도의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가장 빠른 방법 역시 미국의 강경론자들이나 한국의 일부 보수파에서 주장하는 군사적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확실성 제거의 대가를 간과한다는 점이다.
자산평가모형에서 보여주듯이 현재 국가의 가치를 미래에 국가경제가 생산하는 현금흐름을 적정한 할인율로 할인한 가치라고 가정할 때, 전쟁을 통한 불확실성 제거는 할인율을 낮춤으로써 국가의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런데 전쟁으로 인해 발생할 경제적 손실에 다수 인명의 살상까지 고려해볼 때 불확실성 제거를 통한 위험감소 효과보다 미래 현금흐름 감소가 더 크게 작용해 국가의 가치가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다. 불확실성 제거를 통한 경제성장은 전쟁을 통한 손실이 적어야만 가능한 가설이다.

더군다나 불확실성 제거를 위한 전쟁이 또 다른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라크전의 경우 미국은 피해를 최소화하며 빠른 시일 내에 바그다드를 점령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민주적인 정부를 수립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을 살펴보면 모든 이라크 국민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환영하지는 않았고, 일부 이전 기득권 세력은 테러 등의 방법으로 저항했으며, 이라크 정국은 후세인 시절보다도 더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럼 북한은 어떨까. 북한 지배층은 본인들의 기득권 상실을 저항 없이 받아들일 것인가. 모든 북한 주민이 미국과 한국을 주도로 한 소위 '점령세력'을 '해방자'로 환영할 것인가. 급격한 변화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유입되는 것에 한국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전쟁의 경제학은 현재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발생하는 또 다른 불확실성을 감수할 수 있어야만 효과적이다.

평화적 해결은 어찌 보면 답답하고 비효율적인 길이다. 북한의 억지 주장을 들어줘야 하고, 언제 변할지 모르는 미국의 입장 역시 고려해야 한다. 더군다나 주변 강대국들 눈치까지 봐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 때때로 평화적 해결에 대한 국민적 공감 역시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전쟁의 경제학은 이후 평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쟁의 결과가 평화가 아니라면 전쟁을 통한 불확실성 제거는 의미가 없다. 또한 그 전쟁이 우리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준다면 다시 일어나기 위해 얼마의 시간을 더 보내야 할지 알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이야기한 것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군사적 해결은 수백만명을 죽일 수 있는 끔찍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점은 그 정보의 원천이 어디든지 간에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분단 이후 6·25전쟁과 남북 대치상황으로 이어지는 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제는 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의 경제학을 이야기할 때다.

김원용 옥스버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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