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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미 금리인상, 취약 신흥국 불안 우려...우리 금융시장 영향 크지 않아"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4 09:36

수정 2018.06.14 09:36

이주열 "미 금리인상, 취약 신흥국 불안 우려...우리 금융시장 영향 크지 않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가 미국의 금리인상 관련 신흥국 금융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우려를 표했다. 다만 자본유출 가능성 등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봤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3월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석달 만이자 올해 들어 두 번째 금리 인상이다. 아울러 연준은 하반기 기준금리를 두 차례 추가 인상해 올해 총 네 차례까지 올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14일 이 총재는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자본유출과 관련해서 조금 경계심을 갖고 봐야할 것은 경제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신흥국 시장에서는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부채와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취약 신흥국은 금융위기를 걱정해야 된다. 더구나 유럽중앙은행(ECB)도 완화기조를 축소할 것을 시사했기 때문에 신흥국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실제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고, 터키는 통화 가치가 폭락했다. 브라질 헤알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의 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우려가 현실화된 바 있다.

이 총재는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조금 빨라졌고 ECB도 완화기조를 축소할 것을 시사했다"며 "국제자금 이동과 국제투자자들의 위험선호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 일부 신흥국의 금융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에 어떻게 앞으로 진전될지 자본유출과 관련해서는 추이를 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지난 4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지난 2013년과 같은 '테이퍼탠트럼(Taper tantrum.긴축발작)'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긴축발작은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뒤 야기된 신흥국 금융불안 현상을 말한다.

이 총재는 미국 금리인상이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봤다.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차는 25bp(1bp=0.01%포인트)에서 50bp로 확대됐다. 미 연준이 연말까지 추가로 두차례 더 인상에 나서면 격차는 100bp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이 호키시(매파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전혀 예상 못 한 결과는 아니었다"며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 폭이 크지 않았고 미국 달러화가 초반 강세를 보였다가 보합세를 보이는 등 미국 금융시장은 차분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조심스레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에는 그는 "1∼2번 금리 인상으로 자본유출이 촉발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본유출을 결정하는 다른 요소가 많다"고 평소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가능성이 국내 통화정책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이) 다 고민하고 있다"며 "상황이 가변적이어서 금통위원들과 계속해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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