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공공기관의 새로운 역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0 16:53 수정 : 2018.06.10 16:53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화제가 된 발언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창 고속열차가 좋다"며 "북한 도로가 많이 불비해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불편하실 거다"라는 발언이다. 우리의 도로.철도.공항.전력 등 공공인프라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인천공항은 매년 세계 1위 공항으로 선정되고 있으며 코레일은 2012년 99.7%라는 높은 정시 운행률로 세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우리 종합순위는 26위지만 도로 등 인프라는 8위로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중요요소이다.

우리 공공기관들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경제발전을 적극 뒷받침해왔다. 1960~1970년대에는 도로, 댐, 전기 등 인프라 확충에 주력했고 1980~1990년대에는 주택 200만가구 공급, 신도시 건설 등에 앞장섰다. 국민연금, 건강.고용.산재보험 등 4대 보험 도입과 정착에도 공공기관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공공기관에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성장이 빠르게 둔화되는 가운데 분배까지 악화되는 복합적 위기 상황이다. 물적.양적 투자 중심의 추격형 전략에 기반한 과거 패러다임에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통한 사람 중심 경제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공공기관이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첨병이 돼야 한다.

우선 소득주도성장 달성을 위해 공공기관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촘촘하고 세밀한 대국민 서비스 제공, 경제.사회 여건변화에 맞는 신규사업 추진 및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구직자와 중소협력업체 간 일자리 매칭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민간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일자리 질 개선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혁신성장에 있어 공공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도 공공부문이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 미국은 국방부가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인터넷의 시초는 미국 국방부가 개발한 알파넷(ARPANET)이며, 자율주행차도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자율차 경진대회인 'DARPA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민간 개발을 독려해 왔다. 영국도 선도약정구매(FCP)를 통해 시장에 없는 제품을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구매해 민간의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공공기관도 공공조달을 혁신해 혁신성장을 선도해야 한다. 드론, 에너지신산업 등의 초기수요를 적극 발굴하고 공공투자에 있어 신기술·신공법을 적극 채택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혁신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창업.벤처기업의 후견인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이 공정경제 파수꾼이 돼야 한다. 공정한 거래와 분배 없이는 어떤 성장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 관행과 갑질을 척결하는 데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아울러 중소기업, 사회적 경제기업과의 상생협력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공공기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정부 역시 변화해 나갈 것이다. 공공기관이 자율과 책임의 원칙하에 능동적으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 보수, 평가 등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은 채용비리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 이제 공공기관은 비리 근절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국민의 공공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공공기관 혁신의 시작과 끝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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