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EU에 이어 캐나다도 WTO에 미국 제소, 무역전쟁에 유럽과 공동대응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2 09:35

수정 2018.06.02 09:3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의 해안경비대 본부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의 해안경비대 본부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웃한 캐나다가 1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무역전쟁에 대항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캐나다측은 앞서 미국을 WTO에 제소한 유럽연합(EU)과 함께 미국에 대한 공동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 등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이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리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부당하다며 미국을 WTO에 제소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국가안보 수호라는 거짓 핑계를 바탕으로 부과된 일방적 관세는 미국의 국제 무역 의무와 WTO 규칙에 위배된다"며 "미국 철강의 최대 구매자로서 우리는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제한 조치가 절대 수용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EU도 WTO에 미국이 EU산 철강, 알루미늄에 부과한 고율 관세에 대한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양자 협의는 WTO가 분쟁에 개입하기 전 당사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로 최장 60일 진행된다. 양자 협의 요청은 제소의 첫 단계로 인정된다. EU와 캐나다는 미국에 대한 WTO 제소 문제에 협력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EU와 캐나다,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 국가 안보를 해친다고 보고 1일 0시를 기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국가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철강과 알루미늄은 230억달러(약 24조원)어치로 같은 기간 미 전체 수입량(480억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예고한 다음 약 1개월 뒤에 한국, EU, 캐나다, 멕시코 등 7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일단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4월 협상에서 철강 수출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동결한다는 조건으로 해당 관세를 영구 면제 받았고 호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도 미국과 관세 면제 협상을 마무리했다. EU와 캐나다, 멕시코는 유예 기한인 지난달 31일 자정까지 미국과 합의에 실패해 관세폭탄을 맞게 됐다.

미국 우선주의와 공정 무역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 문제를 놓고도 캐나다와 멕시코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는 최근 나프타 개정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아예 나프타를 폐기하고 새로운 양자 무역 협정을 맺을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그는 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나는 캐나다와 별도의 협정을 맺고 멕시코와도 또 다른 협정을 맺어서 다른 이름을 따르는 나프타를 보고 싶다"면서 "이들은 매우 다른 두 나라"라고 말했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미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EU같은 우방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확대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철강 등 핵심 산업 원자재에 무차별적인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결국 국내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특정 기업을 보호하는 것에 불과할 뿐,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미 금속제조·수요자연대는 최근 성명에서 "미국의 원자재 공급을 제한하고 최우방들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내 제조업체들을 직접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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