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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LG’ 구본무 지다] 승부사 기질로 2차전지·대형 OLED ‘1등 LG’ 만들다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0 17:35

수정 2018.05.20 17:35

구본무 회장의 ‘LG웨이’
포기 않고 달려가면 결국에는 목표 달성..경영철학 그대로 실천
[‘미스터 LG’ 구본무 지다] 승부사 기질로 2차전지·대형 OLED ‘1등 LG’ 만들다

[‘미스터 LG’ 구본무 지다] 승부사 기질로 2차전지·대형 OLED ‘1등 LG’ 만들다

[‘미스터 LG’ 구본무 지다] 승부사 기질로 2차전지·대형 OLED ‘1등 LG’ 만들다

20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43년간 'LG맨'으로 살면서 '글로벌 LG'를 만들기 위해 한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LG가(家) 3세대 총수'로 LG그룹을 23년간 맡아온 고인은 끈기와 결단의 리더십으로 LG전자와 LG화학 등 글로벌 기업을 키워냈다.

■준비된 '3세대 총수'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 회장은 일찌감치 'LG수장'으로서 준비된 삶을 살아왔다.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한 직후 럭키(LG화학 전신)에 과장으로 입사한 구 회장은 이후 럭키와 금성사(LG전자 전신) 등에서 영업, 심사, 수출, 기획 업무 등을 거치며 20여년간 차근차근 실무 경험을 쌓았다.

1985년 이후 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전무와 부사장 직책을 맡으며 그룹 경영 전반의 흐름을 익혔고, 1989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차원의 경영활동에 참여했다. 같은 해 구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돼 국내외 주요 인사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등 대외활동의 보폭도 넓혔다.
입사 이후 20년 만인 1995년 50세의 나이에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승부사 기질로 일군 '글로벌 LG'

취임 순간부터 LG를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를 증명하듯 전기·전자와 화학, 통신서비스를 3대 핵심사업군으로 집중 육성해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또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신사업 진출에도 거침이 없었다. 1990년대 초반 국내 기업엔 불모지나 다름없던 2차전지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며 20년 넘게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해 현재 LG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이자 글로벌 시장 선도기업으로 키워냈다.

LG그룹 관계자는 "어떤 사업분야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 중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은 디스플레이와 통신 사업에서도 나타났다. 악조건 속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대형 올레드(OLED) 사업을 글로벌 1위로 키우고, LTE 투자를 9개월 만에 끝내며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끈기와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1등 LG' 경영방침은 1994년 말 30조원대였던 그룹 매출을 지난해 160조원대로 5배 이상 성장시켰다. 특히 해외매출은 취임 당시 10조원에서 지난해 110조원대까지 10배 이상 성장시키며 LG를 명실공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세웠다. 또 럭키금성에서 'LG'로 기업이미지(CI)를 변경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기업문화를 과감하게 바꾸는 데도 구 회장의 역할이 컸다.

■마지막 프로젝트 'R&D 육성'

이처럼 23년간 LG그룹 수장으로 쉼 없이 달려온 구 회장의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인 'LG사이언스파크'도 R&D 투자와 인재 양성에 대한 그의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4조원을 투자해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약 5만3000평) 부지에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로 LG는 R&D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지난 2014년 구 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 기공식에서 "창조적 혁신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가 될 것이다. 수만명의 다양한 인재를 유치하고 육성해 기술과 산업 간의 융복합을 촉진하고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객에 유익한 기술만이 가치있다" -1995년 10월 LG전자 평택공장-

20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경영자로서 '초우량 LG'를 포부로 삼고 LG를 글로벌 브랜드 반열에 올려놨다. 생전 고인은 인간존중에 기초한 고객중심 경영과 시장 선도를 위한 연구개발(R&D) 노력을 핵심 가치로 여기며 △일등주의 △고객가치 △변화 선도 △인간존중 경영 등으로 요약되는 숱한 어록을 남겼다. 다음은 고인의 주요 어록.

▲"저는 LG를 반드시 '초우량 LG'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꿈꾸는 LG는, 모름지기 세계 초우량을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남이 하지 않는 것에 과감히 도전해서 최고를 성취해왔던 것이 우리의 전통이었고 저력입니다."(1995년 회장 취임사)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반드시 고객을 위한 기술,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기술은 첨단이라고 해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을 위해서 유익하게 쓰일 수 있을 때 비로소 값어치가 있는 것입니다."(1995년 10월 LG전자 평택공장 방문)

▲"외형 위주의 성장을 추구하던 시대는 지나갔으며, 핵심기술 개발을 주축으로 사업경쟁력을 확보하여 구조조정기를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1998년 10월 연구개발성과보고회)

▲"미래의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수익 창출'이나 '선진 경영방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 '인재들'입니다. 저는 LG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여러분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2001년 신년사)

▲"지금은 일등이 아닌 기업은 인정해주지 않는 시대입니다.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일등기업은 오히려 진가를 발휘합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일등 LG',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달성해야 할 목표입니다."(2002년 신년사)

▲"고객가치를 위해 노력하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오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해야 됩니다."(2006년 7월 임원세미나)

▲"R&D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지금까지의 R&D가 새로운 기술, 그 자체를 중요시했다면 이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방식을 찾는 R&D로 생각의 지평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2007년 3월 연구개발성과보고회)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혁신은 고객가치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의 과정이고, 또한 차별화된 가치로 고객의 기대,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하기 위한 창조적인 미래준비 활동이어야 합니다."(2008년 5월 혁신한마당)

▲"이제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더 이상 고객과 인재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기업으로 남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의 체질과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경쟁사들이 쉽게 넘지 못할 실력의 벽을 쌓아 나가야 합니다."(2012년 9월 임원세미나)

▲"이제 일등기업이 아니면 성장이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냉엄한 현실입니다. 적극적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2013년 1월 신년사)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사람을 안 뽑거나 함부로 내보내서는 안 됩니다."(2008년 11월 컨센서스 미팅)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유비가 삼고초려하는 것과 같이 CEO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합니다.
좋은 인재가 있다면 회장이라도 직접 찾아가겠습니다."(2011년 9월 인재개발대회)

▲"기업은 국민과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더 나은 고객의 삶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임해야 하겠습니다."(2017년 신년사)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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