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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K웹툰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0 16:33

수정 2018.05.20 16:33

영화 '신과 함께'가 올해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가 됐다. 소시민 김자홍씨가 사망한 후 저승법에 따라 7회의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렸다. 많은 관람객은 원작 이미지와 영화 속 인물이 많이 닮아 몰입도가 높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영화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제작진은 최근 중국 정부에도 심의서를 내고 개봉을 추진 중이다.

요즘 학생들은 잘생긴 남자에게 '만찢남'이라는 표현을 쓴다.
만화 속 남자가 종이를 찢고 나왔단 말이다. 웹툰 속 인물이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는 일도 수두룩하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TV 드라마 '미생'은 지난 2014년 12월 평균 시청률 7.4%를 기록하고 종영했다. 정치권과 언론, 재벌기업의 유착관계를 묘사한 영화 '내부자들'도 윤 작가의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는 원작 속 나이들고 노회한 조폭 두목을 젊은 이병헌이 연기해 관객 700만명을 끌어모았다.

한국의 웹툰 플랫폼은 세계를 주름잡을 기세다.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웹툰플랫폼 레진코믹스는 올해 1·4분기 미국 구글플레이 만화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만화 '빅2'로 꼽히는 마블 코믹스와 DC코믹스를 제쳤다.

일본에선 애플 앱스토어의 만화카테고리에서 한국 애플리케이션(앱) 3개가 상위 5위권을 차지했다.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가 만든 앱 라인망가가 매출액 기준 1위다. 카카오재팬이 일본시장을 겨냥해 만든 웹툰 플랫폼 픽코마가 2위다. 1·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0% 이상 늘었다.

플랫폼 업체들은 시장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수년 전부터 미국 시장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우리말 대사를 직역하지 않고 미국 만화에 푹 빠진 사람들을 번역에 활용, 대사를 맛깔나게 고쳤다. 픽코마는 '기다리면 무료'라는 서비스로 일본 독자를 사로잡았다. 유료서비스지만 한 편을 본 후 며칠 기다리면 다음 회차를 무료로 전환해주는 방식이다. 지금은 일본 만화업체들도 이 전략을 따라 한다.

이제 K팝에 이어 K웹툰이 세계시장에 뿌리내리는 모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만화 수출액은 400억원대다.
업계에선 올해 수출이 급성장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일부 국내 웹툰작가들이 회사를 설립해 미국의 영화제작자와 만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K웹툰 속 인물이 할리우드 영화에 나올 날도 머지 않았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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