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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계 7년만에 설비투자 최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6 17:02

수정 2018.05.16 17:02

1분기 자본지출 24% 증가.. 기업수익.경제전망 긍정적
투자자는 증시압박 경계감
美재계 7년만에 설비투자 최대


【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미국 기업들의 설비 투자 등 자본지출이 최근 큰 폭 증가했지만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크레디트 스위스 데이터를 인용,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1.4분기 공장.설비 투자 및 기타 자본 지출이 24% 늘어 16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큰 분기 증가폭이자 1.4분기 기준으로는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최고치다.

자본지출 확대가 장기적으로 기업 수익과 경제 전반에 유익하다는 것은 투자자와 이코노미스트들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특히 미국 기업들의 자본지출이 지난 몇 년간 부진했다는 점에서 최근의 상황 전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과거 데이터들은 자본지출의 큰 폭 증가가 주가 압박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에 기업들이 과연 베팅할 가치가 있는가를 놓고 투자자들이 의문을 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단기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투자자들로서는 미래의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자본지출 확대 보다는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매입에 더 매료될 수 밖에 없다.

S&P다우존스 인다이시스에 의하면 지난 분기 S&P500 기업 중 자본지출을 가장 많이 한 20개 기업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1.1%로 전체 지수 상승률 2.1% 보다 낮다.

또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에 따르면 1986년 이후 매출 대비 자본지출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들의 주가는 S&P500 전체 지수를 계속 밑돌았으며 그 차이는 연간 2%포인트를 넘었다.

캔자스대학의 크리스토퍼 앤더슨 교수는 WSJ에 "투자 확대와 높은 밸류에이션은 어쩌면 앞으로 2년간 증시 호황을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2006년 발표된 그의 연구 보고서는 자본지출의 대폭 증가는 주식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크게 축소시켰음을 보여준다.

크레디트 스위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알파벳의 설비 투자는 7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거의 3배 증가했으며 S&P500 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알파벳의 지난 분기 수익은 강력한 광고 수요에 힘입어 크게 늘었지만 투자자들이 대규모 자본지출의 지속성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이 회사의 주가는 실적 발표 후 하루에 4.8%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설비투자의 대폭 증가에 경계감을 나타낸다는 것은 다른 기업 사례를 통해서도 설명된다. S&P500 기업 가운데 알파벳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자본지출을 발표한 GM의 주가는 금년에 11% 내렸다. 이는 픽업트럭 라인 개조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GM의 수익을 축소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에너지분야에서도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확대에 우선권을 부여한 기업 주가가 자본투자에 주력한 업체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향을 보였다.
코노코필립스의 주가가 금년에 27% 치솟은 데 반해 엑손모빌 주가는 1.8% 하락했다. 엑손모빌의 지난 분기 설비투자는 S&P500 기업 중 7위를 기록했다.
BNY 멜론 자산운용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존 베일러는 WSJ에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표준 추세 이상 지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역사적으로 표준 추세보다 많은 지출은 주가에 부정적이었다"고 밝혔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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