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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치킨 프랜차이즈 배달 유료화 "가맹점 생존 위해선 당연" vs. "치킨값 올리기 위한 꼼수"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7 16:59

수정 2018.05.07 16:59

가맹점 수익성 한계.. 인건비.임대료 비용 늘어
교촌, 건당 2000원 부과.. 가맹점들 가격인상 요구도
소비자는 부담 가중.. 외식전반 가격인상 우려도
매출 늘리려 앱홍보 해놓고 이제는 유료화로 부담 전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치킨 프랜차이즈 배달 유료화 "가맹점 생존 위해선 당연" vs. "치킨값 올리기 위한 꼼수"

#.서울 강북구에 사는 박모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교촌치킨에서 주문하려다가 '5월 1일부터 배달료 2000원이 추가된다'는 문구를 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앱으로 다른 치킨매장을 들어가봤지만 배달료를 따로 받는 곳은 없었다. 박씨는 교촌치킨만 유독 배달료를 받는 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평소에 좋아하던 메뉴라 결국 교촌치킨에서 배달료를 추가로 내고 주문했다.

교촌치킨이 치킨업체로는 처음으로 이달부터 배달서비스 유료화에 나서면서 치킨업계와 소비자 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치킨업계는 최저임금과 점포 임대료 인상 등으로 한계에 다다른 가맹점들의 경영난을 덜기 위해서는 배달서비스 유료화가 최선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국민간식'으로 직접적 가격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고, 배달료가 부담스러울 경우 직접 방문해 포장해 갈 수 있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줬다는 점도 유료화 배경으로 꼽는다.


이에 대해 다수의 소비자는 배달앱이나 전화로 치킨을 주문하는 게 일상화된 상황에서 배달서비스 유료화는 사실상의 제품 가격인상이나 다를 게 없는 '꼼수'라고 지적한다. 국민간식인 치킨의 사실상의 가격인상은 소비자 부담은 물론이고 소비자물가 등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맹점 "배달 유료화는 소비자 선택권 부여한 합리적 선택"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이달부터 배달주문 시 건당 2000원의 배달서비스 이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자체적으로 배달료를 받기는 했지만 가맹본부 차원에서 배달료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가격이 1만8000원인 교촌치킨 허니콤보의 경우 메뉴 가격은 그대로지만 배달주문 시 2만원을 내야 한다.

교촌치킨은 배달대행 수수료와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부담이 커진 가맹점들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기는 힘들었다는 입장이다. 그 대신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맹점주들이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배달부문에서만 별도로 이용료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배달 운용비용 증가가 가맹점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해 이번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며 "가맹점의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검토된 여러 방안 중 배달서비스 유료화가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의 배달 유료화는 결국 BBQ, bhc 등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의 치킨 가격정책에도 영향을 주게 될 전망이다. 이들 역시 소비자의 불만을 고려해 배달서비스 유료화 형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치킨 가격이 수년간 동결됐던 상황에서 올 들어 가맹점의 가격인상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교촌치킨과 같은 배달 유료화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좋은 방안으로 보이는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국민간식인 치킨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이 큰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임대료 등 비용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수 치킨 가맹점주의 현실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꼼수 가격인상"

문제는 배달 유료화라는 방식을 택했지만 소비자로서는 가격인상과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직접 매장에 들러 치킨을 포장해가는 고객보다 전화나 앱을 통해 주문하는 소비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교촌치킨의 배달 유료화가 '꼼수 가격인상'으로 불리는 이유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박모씨는 "치킨업체들이 자신들 매출 증대를 위해 배달앱과 연계해 주문을 받아놓고는 이제 와서 비용이 부담된다며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더구나 어느 곳은 배달비를 따로 받고 어느 곳은 받지 않는지도 정확히 몰라 헷갈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촌치킨의 배달 유료화 단행으로 BBQ 등 아직까지 가맹본부 차원에서 배달 유료화를 결정하지 않은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배달료를 별도로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BBQ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가맹점의 소비자가격은 가맹본부가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아직까지 가맹본부 차원에서 가격인상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배달 유료화를 통한 가격인상이 외식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지적됐다.
그동안 소비자의 반발과 정부의 압박으로 반강제적으로 동결되며 가격인상 저지선 역할을 했던 치킨 가격이 우회적 형태로나마 인상됐기 때문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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