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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남북정상 판문점 선언문, 법률적 효력 문제는?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9 10:44

수정 2018.04.29 10:44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완전한 비핵화'와 '올해 종전선언 추진'을 골자로 한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판문점 선언은 아직 국제법적 효력이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북 합의, 조약 인정되려면 개헌해야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골자로 한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인 '판문점 선언'이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조약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조약은 국제법 주체간의 명시적 합의를 말하는데 헌법은 북한을 우리나라 영토로, 북한 정부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만 따졌을 때 남북합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다. 협정이나 선언, 합의는 이름만 다를 뿐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법적인 문제 외에도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의 동의를 얻지 않았기 때문에 판문점 선언은 아직까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국제법에 능통한 한 변호사는 "판문점 선언은 헌법에 가로막혀 국제법적 효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향후 미국, 중국 등 다자간 협상을 통해 판문점 선언이 간접적이며 일종의 정치역학적으로 국제법에 준하는 효력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북핵폐기 전제 대북지원시 국회 동의 얻어야
남북간 합의는 국제법적 효력과는 별개로 지난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국내법적 효력은 인정된다. 평화적 통일을 구현하기 위해 남한과 북한의 기본적인 관계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은 남북간 모든 합의를 '남북합의서'로 본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도 '남북합의서'에 해당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남북간 합의를 국회 비준동의로 발효시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점도 남북관계발전법을 통한 법적 장치를 마련, 국내 정치상황의 변수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남북관계발전법 제정 이전의 남북간 합의에는 법적 효력이 없었다. 실제 과거 대법원은 1991년 체결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남북한 당국이 각기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상호간에 그 성의 있는 이행을 약속한 것이기는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국가 간의 조약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남북합의서는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비준할 경우 법적인 효력을 갖는다.
다만 향후 미국-북한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완전히 핵폐기를 이행하거나 완료한 뒤 대북 경제지원이 결정되더라도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법적 실효성 문제는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남북관계발전법 21조 3항이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결국 이번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양국 정상간 의지를 넘어 법적인 뒷받침이 되려면 국회의 초당적 협조와 필요한 부분에 대한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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