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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리아 공격, 유가 상승세 날개 달아주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5 15:59

수정 2018.04.15 15:59

미 시리아 공격, 유가 상승세 날개 달아주나
미국의 시리아 미사일 공격이 유가 오름세에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2년 넘게 지속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석유시장의 석유재고가 점차 빠듯해지는 가운데 시리아를 시작으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다음달 이란 핵협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탈퇴할 가능성, 세계 최대 석유부존국이자 OPEC 창립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의 석유생산 위축세 가속, 예멘 후티 반군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 대립 등이 유가 급등을 촉발할 위험 요인들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지난 수년간 생산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미 셰일석유가 위험요인들로 인한 유가 상승세를 얼마나 붙잡아 둘 수 있을지, 또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석유수요를 얼마나 위축시키게 될지가 와일드 카드로 등장하고 있다.

CNBC는 14일(이하 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오랜 저유가 시대가 이제 끝을 향해 가는 가운데 시리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간 긴장 등이 석유시장을 소용돌이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근월물 가격이 지난주 7.8% 상승해 201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3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뛰었다.
IHS 마킷의 대니얼 여진 부회장은 "시장에 공급 완충재가 이제는 사라졌다"면서 "(수많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 고조
미국이 주도해 영국과 프랑스가 합세한 13일의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 화학무기 공장 미사일 공습은 시리아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간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미 국제유가는 트럼프의 시리아 미사일 공격 가능성으로 지난주 상승세에 불이 당겨진 바 있다.

미사일 공습 뒤 러시아가 그 '결과'에 대해 경고하고 나서면서 미·러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석유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공격으로 당장 유가가 폭등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시장의 수급이 빠듯해진 상황이어서 시장이 비정상적인 가격 움직임에 취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 헤지펀드 어게인 캐피털 창립 파트너인 유명 석유애널리스트 존 킬더프는 "(석유)재고가 소진되면서 시장이 슈퍼스파이크에 다시금 취약해졌다"면서 "주요 산유국, 특히 중동지역 산유국에서 상당한 석유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글로벌 상품·파생상품 책임자인 프란시스코 블랑슈도 "러시아와 긴장 고조는 유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주요 변수"라면서 미국의 러시아 재벌과 기업 등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가 지난주 국제 알루미늄 가격 급등을 초래했음을 상기시켰다.

지정학적 긴장은 예멘을 둘러싼 사우디와 이란 간 대리전에서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사우디가 요격해 실패로 끝났지만 후티 반군이 사우디 석유시설과 인구 밀집 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재개하면서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과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 간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베네수엘라도 위험요인
이란 핵협정과 극심한 베네수엘라의 경제난 역시 향후 국제유가를 뒤흔들 만한 위험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또 취임 뒤에도 2015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주도해 맺은 이란 핵협정은 잘못된 것이라며 협정 파기를 주장해왔다. 취임 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90일마다 인증토록 돼 있는 협정을 계속해서 재인증해왔지만 다음달로 돌아온 인증에서는 이를 파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경론자인 존 볼턴이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발탁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겨 미국의 탈퇴를 이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OPEC 2위 산유국인 이란의 석유수출 봉쇄를 부르게 된다.

베네수엘라도 큰 변수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베네수엘라 국영석유업체 PDVSA의 산유량은 반토막이 난 상태다. 게다가 5월 트럼프가 경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지면 미국의 경제제재가 추가되면서 산유량이 급감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6월에는 OPEC과 러시아 등이 감산 연장에 합의할 전망이다. 킬더프는 이들의 "감산 의지가 확고하다"면서 "이는 베네수엘라 산유량 감소와 맞물려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 헬리마 크로프트는 '80달러 브렌트유' 전망이 이제 현실성 있는 것이 돼가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생산 감소가 급격해지고, 이란, 예멘 상황이 악화되면 유가는 80달러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동전쟁이냐 무역전쟁이냐
그러나 미 셰일석유 증산 흐름과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트럼프의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석유수요 증가세가 꺾이면 이같은 지정학적 변수들을 포함한 유가 상승 변수가 힘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크로프트는 "중동전쟁, 무역전쟁 가운데 어떤 게 더 큰 영향력을 내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무역전쟁이 다시 불거지고 다른 재료들을 압도한다면 대규모 석유매도세와 이에따른 유가 급락이 초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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