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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洪 단독회동, 입장차만 확인..소통 물꼬 트일까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3 17:12

수정 2018.04.13 17:12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13일 전격적으로 단독 영수회담을 가지면서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 오전 한병도 정무수석이 홍 대표를 방문해 단독 회동을 제안했고 홍 대표의 역제안에 당일 오후 문 대통령이 바로 수용할 만큼 현 정국이 긴급한 상황임을 양측이 인식했다는 분석이다.

홍 대표는 △단계적 핵폐기 불가·일괄 핵폐기 △한미동맹 강화 △청와대발 개헌안 철회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 철회 △정치보복 중단 △지방선거 중립 △홍장표 경제수석 해임을 문 대통령에 요청했다.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간 당장 접점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국이 경색된 상황에서 대통령과 제1야당 당수의 회동으로 소통의 물꼬는 텄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에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당부하며 정국 경색 돌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다른 야당은 제1야당과의 영수회담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어 후폭풍 우려는 여전하다.


■洪 7가지 제안에 文 "..."
홍준표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과 단독회동 이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남북문제를 비롯해 국내 정치현안을 담은 7가지 제안을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 북미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그 답을 듣기를 원한거 같다"며 양측간 입장차만 확인했음을 시사했다.

국내 현안에 있어서도 절충점 찾기가 쉽지 않은 주제를 요구사안으로 제시하면서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간 단독 영수회담은 결과적으로 양측간 주장만 나눈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김기식 원장 및 개헌안 철회 등에 대해 "문 대통령은 듣기만 했다"며 "국내현안은 홍 대표가 주로 말했고 대통령은 경청만 했다"고 설명, 입장이 좁혀진 것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핵폐기와 관련, 홍 대표는 "북핵폐기는 단계적 폐기 아닌 일괄폐기가 돼야 한다.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리비아식 폐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완전 북핵폐기가 되기 전에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한미동맹을 이완시키는 이정권의 최근 조치에 대해 참으로 걱정스럽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미동맹을 강화시키는 조치를 시행하기 바란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특히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북핵폐기가 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는 불보듯 뻔하다. 한반도에 더 큰 위기 온다"며 "대통령은 아주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했다"고 경고했음을 강조했다.

대통령 개헌안과 김기식 원장 임명철회, 정치보복, 지방선거 중립, 홍장표 경제수석 해임 등 국내 현안을 거론한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의 추경 협조요청에 대해선 "김성태 원내대표와 의논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6월 지방선거를 '자유주의 vs. 사회주의' 프레임으로 규정한 홍 대표는 좌파 경제정책을 이끄는 상징적 존재로 홍장표 수석 해임 요구 카드로 대립각을 확실히 세웠다.

김기식 원장 논란에 대해 한국당은 이날 의총에서도 사퇴 촉구 목소리를 높이며 날을 세워 한치도 물러설 입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입장차 확인이 당장 결과물을 만들수는 없지만 막힌 정국에서 하나의 물꼬를 틀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文-洪 회동에 여야 '불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패싱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오전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게 홍 대표와의 회동을 알렸음을 강조했다.

이에 바른미래당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갑작스런 만남은 여러모로 의심스럽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상황을 주시했다.

여당과 한국당 외 야당은 일단 단독 영수회담 결과를 떠나 모양새가 여러모로 좋지 않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에서 오늘 오전 10시 추미애 대표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회동에 대해 알려왔다"며 "추미애 대표는 11일부터 두 분의 회담이 준비중일 때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지난 5자 청와대 회담을 진행할 때 홍 대표가 초기에 불참한다고 한 것에 대해 제1야당 대표와 대통령의 단독회동을 제안했음을 민주당은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서 문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단독회담으로 자칫 여당 패싱 논란이 제기될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여당의 오만과 불통으로 인해 권력구조 개헌안, 방송법 개정안에 이어 김기식 원장 사퇴를 둘러싸고 연일 국회가 공전 중"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득권 양당 간의 밀실야합이나 담합이 있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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