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 칼럼]

구조조정 투사 문재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9 16:56 수정 : 2018.04.09 16:56

보수가 못한 부실기업 정리.. 진보정부가 야무지게 추진
한국GM에서도 밀리지 않길



문재인 대통령한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런 뒤통수라면 몇 대 더 맞아도 좋겠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연초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찾았다. 부실기업 정리의 주도권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넘긴다는 말도 돌았다. 이때만 해도 이 정부에서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보기는 글렀다고 봤다.

웬걸, 뚜껑을 여니 다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못한 일을 문 대통령이 하고 있다. 보수정부가 못한 일을 진보정부가 하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한계기업 정리에 손을 놨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미국.유럽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픽픽 쓰러졌다. 우린 그저 구경만 했다. 후임 박근혜정부는 칼을 뽑았지만 솜씨는 서툴렀다. 대우조선해양엔 10조원을 더 넣었다. 정작 살려야 할 한진해운은 청산됐다.

문 대통령은 야무지게 밀어붙이고 있다. 1라운드는 경남 통영에 본사를 둔 성동조선. 중견 조선사인 성동조선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창원지법 파산부 판사들이 현장 검증에 들어갔다. 성동조선은 지난 8년간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4조원 넘는 돈을 지원받았다. 주로 국책 수출입은행이 돈을 댔다. 사실상 세금이다. 문 대통령은 이 고리를 끊었다.

2라운드는 금호타이어. 대선을 앞둔 지난해 3월 문재인 후보는 페이스북에 금호타이어 매각 이슈를 올렸다. 노동자의 삶과 호남경제를 지켜야 한다, 쌍용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먹튀 논란도 있어선 안 된다고 썼다.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누가 봐도 노조를 두둔한 인상이 짙다.

그런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니 달라졌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정부는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금호타이어 노조 들으라고 한 말이다. 그 직후 노조는 해외매각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제 3라운드 진검승부가 남았다. 바로 한국GM이다. 성동조선.금호타이어가 전초전이라면 한국GM은 본게임이다. 여기서 원칙이 흔들리면 말짱 꽝이다. 대마불사는 전설이 아니라 실화다. 박근혜정부가 대우조선을 살린 것을 보라. 현대경제연구원은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일자리 9만4000개가 사라질 걸로 본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정부다. 게다가 6.13 지방선거가 재깍재깍 다가온다. 문 대통령은 비로소 호적수를 만났다. 도깨비방망이는 없다. 지금처럼 원칙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기업 구조조정에 정치 논리를 갖다대는 순간 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진다.

문 대통령에겐 유능한 우군이 생겼다. 바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다. 지난주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이 회장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금호타이어 본사는 광주에 있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문제의 실타래를 푼 주역이다. 예전 산은 회장들과는 딴판이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돈만 내주던 모습이 아니다. 이 회장은 진보 학자 출신이지만 한계기업 정리에서 수완을 보인다. 이참에 이동걸을 구조조정 실무총책으로 쓰면 어떨까. 산은은 돈줄을 쥐고 있다. 산은 목소리가 커져야 정치 논리에 휘둘려 허투루 세금을 쓰는 일이 없다. 그래야 산은도 '부실기업 하치장'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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