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언론들 "한미 FTA 개정안, 美에 큰 실익없어"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8 13:12

수정 2018.03.28 14:36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부과가 20년간 연장되고,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안전기준이 완화된다고 밝혔다. 이날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의 모습.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부과가 20년간 연장되고,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안전기준이 완화된다고 밝혔다. 이날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의 모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대해 '실익이 크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이 한국측에 철강관세 면제를 대가로 얻어낸 자동차 수입쿼터 확대의 경우 미 자동차 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7일(현지시간) '한미 FTA 개정안은 구멍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철강 관세 면제 대가로 두가지를 양보했는데 하나는 효과가 거의 없고 다른 하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한국이 자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미국 기준을 충족하면 자동차 수입쿼터를 기존 업체당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리기로 한 데 대해 "완전히 의미없는 것"이라고 포브스는 평가했다.
지난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에 수입된 미 자동차 대수가 2만5000대 선에 근접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국에 수입된 미 승용차는 1만6400대에 그쳤다.

한국 철강에 대해 '관세 25% 면제' 대신 최근 3년 평균 수출량(383만t)의 70% 수준으로 쿼터를 설정한데 대해서는 WTO가 금지하고 있는 수출 자율 규제(VER)에 해당한다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제프리 스콧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무역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합의 전문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만일 VER이라면 중국과 인도 등 다른 국가들이 WTO를 통해 한국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 위협을 근거로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부과 조치를 취했지만 세계 철강 수출국 3위인 한국을 비롯해 모든 주요 철강 수출국들을 관세부과에서 면제했다며 "트럼프의 국가안보 주장이 허울이었다"이라고 비판했다.

스콧은 한미 FTA 재협상이 미국의 무역적자에 주목할만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철강 수출 감소로 무역적자가 조금 줄어들 수 있겠지만 다른 조항은 무역균형에 큰 영향을 전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픽업트럭에 대해 25% 관세 철폐 시점을 오는 2041년까지로 연장한데 대해서도 한국에 큰 타격이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포브스는 "현재로서는 미국에 픽업트럭을 수출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없다"며 "현대차가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진입하고 싶다면 도요타와 닛산처럼 북미 지역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부동산이 끔찍히 비싸고 제조업체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장을 건설해도 인센티브를 받지 않기 때문에 현대차에게는 이런 상황이 나쁜 전망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머니도 이날 '미 자동차업계, 새 협정으로 얻는 이득 크지 않아'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포드가 1만727대,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7284대, 제너럴모터스(GM)는 2000대 자동차를 한국에 수출했다"며 "한미가 새로운 협상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이같은 상황은 크게 변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데이터서비스업체 켈리블루북의 레베카 린들랜드 선임 애널리스트는 "한국처럼 지배적인 국내 플레이어들이 있는 국가에서 다른 제품을 사도록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다"며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그 시장이 요구하고 있는 독특한 어떤 것을 만들어내고 있느냐다"라고 강조했다.


린들랜드는 "만일 GM과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각각 수입쿼터 5만대까지 판매를 늘린다 해도 이는 이들 3개 기업의 전세계 판매량의 1%도 안된다며" "그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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