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역 연극계 '미투'로 정화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2 16:59 수정 : 2018.03.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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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폭로로 터진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의 성폭력 파문을 시작으로 부산.경남지역 연극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씨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미투(#Me_too) 운동'은 연극계를 넘어 문화예술 영역 전반으로 확산됐다.

1986년 이씨가 부산서 창단한 '연희단거리패'는 30년 넘는 전통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이제 연극계의 치부로 전락했다.

연극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지면서 지역 연극계는 모든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어려운 여건에서 기반을 닦으며 명성을 쌓아온 지역 연극계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연희단거리패가 운영하던 기장 일광면의 가마골 소극장과 김해 도요창작스튜디오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이씨가 이사장으로 있던 국내 대표 연극 요람인 경남 밀양연극촌도 하용부 촌장의 성추문이 더해지면서 아예 문을 닫았다. 매년 2만명이 찾고 있는 밀양연극촌은 당장 올여름 공연예술축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이번 사태는 권력과 위계질서가 분명한 우리 사회 조직문화의 폐단이라고 볼 수 있다. 권력자들에 의한 위계폭력이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됐다.

지역 연극계는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자성의 시간을 갖고 잘못된 관습을 쇄신해야 한다.

지금까지 수면으로 드러난 사건은 극히 일부분일 수 있다.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오래된 폐단을 바로잡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건전하게 열정을 갖고 힘겹게 무대 위에서 꿈을 키워온 연극인들까지 포기하고 주저앉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역 문화공연의 큰 바탕이 됐던 연극계가 반드시 되살아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에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사후약방문이어서 보다 근본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연극계뿐만 아니라 지역문화계에 만연한 부패와 비민주적인 운영 체계를 정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sr52@fnnews.com 정책사회부 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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