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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철강관세 강행] "한국산 품목제외 총력...한미 FTA서 연계 논의도 추진"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9 15:24

수정 2018.03.09 15:24

정부가 미국의 철강 관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미(對美) 협상과 철강업계 차원의 설득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철강 문제를 앞으로 진행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연계해 협의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한국산 철강 '품목 예외' 지정 위해 총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경감 또는 면제를 위해 미국측과 협의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백 장관은 이날 "철강 문제를 앞으로 진행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연계해 협의하겠다"며 "관세가 한미FTA 협상 기간과 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미국과 많이 협의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상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조만간 한미FTA 3차 개정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백 장관이 한미FTA 협상 테이블에 철강 문제를 올려놓겠다는 것은 협상 시기가 겹치는 데다 협상 창구도 USTR로 동일한 만큼 상호 영향이 미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8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 철강재에 대한 25% 관세 부과안에 사인, 최종 결정했다. 나프타 협상에 따라 멕시코와 캐나다는 잠정적으로 제외 대상에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서 미국 노동자와 농민, 제조업자에게 공정한 거래(deal)를 할 수 있으면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백 장관은 미국이 한국산을 포함한 철강 수입품에 25% 관세를 물리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대비 철강 수출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강관류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한국산 철강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국가 면제' 협상을, 철강 업계는 특정 철강 품목에 대한 면제를 요청하는 '품목 제외' 노력을 투트랙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관세 경감·면제 협의를 하겠다"며 "이미 USTR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을 찾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라이트 하이저 미국 USTR 대표를 만나 232조 조치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줄 것을 요청한데 이어 향후 협상 창구인 USTR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는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은 중요한 안보 관계가 있는 국가가 철강 공급과잉 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할 경우 관세를 경감 또는 면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미국 상무부는 미국 내에서 충분한 물량과 품질로 생산되지 않는 품목에 대해 미국 기업의 요청이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관세 예외 품목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제외 품목'은 미국의 현지 기업이 청원해야 만큼 우리 기업이 미국 수요 기업이나 미국 소재 주정부나 현지 정치인을 통해 해당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협상을 통해 관세가 경감이나 면제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협상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과잉 공급이나 중국산 철강 환적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한국은 중국의 철강 수입 1위국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미국에 수출하는 비율은 2.4%에 그친다.

이에 대해 백 장관은 "미국은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우회 수출한다 생각한다"며 "우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선비가 오얏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면 안 된다고 미국이 자꾸 우리를 의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미국을 설득하지 못한만큼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논의하고 있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서명 15일 후인 23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되는 만큼 품목 예외 인정 노력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미국 상무부는 10일 이내에 품목 예외와 관련한 세부 절차를 발표할 예정이다.

백 장관은 "(미국이) 25% 관세를 때렸지만 이게 하나의 협상의 기술"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군사동맹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같이 윈-윈하는 협상을 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주요국과 WTO제소도 공조 검토
정부는 주요국과의 공조를 통한 WTO제소도 검토한다. 지난 6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 집행위원과 만나 '232조' 조치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향후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과도한 보호무역조치로 인한 무역전쟁 상황 저지를 위해 WTO 통상장관회의(19~20일. 뉴델리), G20 재무장관회의(19일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다자협의체를 통해 각국이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조치를 자제하도록 국제사회에 촉구할 예정이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환도 병행해 추진한다.
글로벌 보호주의 확대 등 대내외 환경변화를 철강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코트라를 통한 중동, 아시안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선 다변화, 경량소재, 극한 환경용 소재 등 10대 고부가 금속소재 개발 등 철강재 고부가가치화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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