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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수가제 도입 '제동'…반대의견 제시한 정부 용역보고서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5 17:49

수정 2018.02.25 17:56

연구용역 맡은 수의임상포럼 농식품부에 반대 의견 제출
"진료비, 해외보다 높지 않고 정부 획일적 규제 부작용 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반려동물 진료비 기준을 통일하기 위해 추진 중인 표준수가제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표준수가제와 관련, 연구용역을 맡긴 한국수의임상포럼이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진료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다" "정부의 획일적 규제는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반대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당초 농식품부가 해당 용역 보고서를 기반으로 제도도입 여부를 결론 내려고 했던 만큼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완화방안을 놓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25일 한국수의임상포럼은 농식품부에 제출한 '반려동물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시장경제에 기반하는 동물병원 진료 영역에서의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는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간 비용 비교 결과,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진료비용이 타 국가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예측됐다"면서 "전반적으로 한국의 진료비 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료비 자체를 낮추려는 정책은 더욱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현재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잡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한 전면적인 규제는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에 대한 노력이 정책적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가제 시행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논란이 많은 만큼 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반시장적 성격을 띤 정책이라는 이유로 수가제를 폐지했고, 영국은 아예 수가제와 같은 고정된 가격 정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수가 상승률이 동물의료기술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해 수의학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고, 급변하는 경제적 상황 등 시장의 상황변화를 반영하기가 어렵다"며 "한국과는 다른 국가적 배경과 맥락을 무시하고 외국 정책을 그대로 이식했을 때 많은 부작용과 비순응성이 뒤따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언급했다.

또 보고서는 동물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가제가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정책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보험시장 성장에 가장 큰 장애인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일환으로 손해사정사 인력을 강화하는 등 수가제 외에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개별병원 진료비용 공시제' 시행이 가장 적절하다고 제안했다.아울러 시행과정에서 시간적·재정적 측면에서 발생될 사회적 비용을 부담할 의지가 있고, 시행절차에서의 정당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한다면 '적정가격 공시제'도 중장기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차선책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병원 간 비용 편차를 감소시키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렴을 유도할 수 있으며, 적정가격 산출 과정의 정당성과 투명성만 보장된다면 관련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높은 수용성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반려동물 의료수가제는 지난 1999년 자율경쟁을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가격은 낮춘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그러나 동물병원마다 제각기 다른 진료비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당초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관련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6월까지 진료비 부담 완화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그러나 정책 설계 기반으로 삼으려 했던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수가제 도입을 반대함에 따라 다른 정책 대안들이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역시 최근 담당국이 방역정책국에서 축산정책국으로 넘어가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진료비 부담완화 방안도 6월을 넘어서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더 검토해보고, 진행 여부에 대해 세부계획을 짜야 한다"며 "언제 정확한 진료 부담완화 방안이 마련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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