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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개셔니스타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5 17:17

수정 2018.02.25 17:17

최근 다시 시작한 '효리네 민박2'는 첫회부터 시청률 8%를 넘겼다.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자기 집에서 운영하는 민박집 곳곳에는 8마리 개와 고양이가 감초처럼 등장한다. 1마리 빼고 모두 유기 동물이라고 하니 부부의 동물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대여섯 명이 묵어도 그 집 인원은 '사람 반, 동물 반'이다. 가수 출신 방송인 이상민은 TV '미운우리새끼'에서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도 온몸을 긁어가며 고양이를 씻긴다. 개그맨 출신 연예인 주병진은 지난해 '개밥 주는 남자'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에 복귀했다.
그를 안착시킨 일등공신은 함께 사는 웰시코기종(種) 3마리 '대.중.소'다. 가족이나 다름없다.

요즘 연예인 중엔 개나 고양이를 안 키우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다. 국내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증거다. 업계는 동물 약 1000만마리가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고 추산한다. 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7년 1조8000억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6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올 초 CJ몰은 반려동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전문매장을 열었다. 매장에서 프리미엄 동물 사료를 팔고 전문가들이 동물 종류와 생애주기에 맞는 음식도 추천해준다. 여성복 브랜드 '올리브데올리브'는 내달 1일 반려동물 패션 전문브랜드 '미밍코'를 낸다. 동물 옷을 전용으로 내는 업체들은 많지만 기성복 업체가 시장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개'셔니스타(개+패셔니스타) 시대가 열린 셈이다.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동물학자 콘레드 로렌츠는 사람과 함께 교감하는 동물을 애완동물(pet)이 아닌 반려동물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했다. 한국도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굳어졌다.

급성장하는 관련산업을 보면 굳이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쓸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동물 관련 포털이 넘쳐나고 전용 건강진단 키트까지 나오는 시대다. 머지않아 개나 고양이들이 런웨이를 걷는 장면이 지금의 패션쇼보다 더 흔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다 동물에게 워킹을 가르치는 학원까지 나올 판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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