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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남북대화 트럼프 대통령 덕분", 이방카 "대북 압박기조 재확인"(종합)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3 23:00

수정 2018.02.23 23:07

표면적으론 동상이몽...비공개 접견에서 북미대화 입장차 좁혔나 
靑 "지금이 대화를 위한 최적기"
美 강경파와 대화파간 주도권 쟁탈전 
文대통령 직접 상춘재 영접...파격 예우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이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이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올림픽 참가 계기로 남북대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대화 강력히 지지해 준 덕분이다."(문재인 대통령)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전략'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자리"(이방카 트럼프 보좌관)

한 쪽은 남북대화를 강력히 지지해줘서 고맙다고 했고, 다른 한쪽은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기조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게 해 고맙다고 했다.

현재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한·미간 미묘한 입장차, 그 현주소를 가리키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북.미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으나 대화를 하더라도 다른 한 축인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유지·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표면적으론 동상이몽....비공개 접견에서 접점 찾았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문 대통령은 "트럼대 대통령은 통화할 때마다 평창올림픽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또 티켓 판매가 잘 되고 있는지 물어보시면서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달라고 했다"며 "미국의 관심과 협력이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하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거듭 사의를 표했다. 또 "한미연합사 구호가 '함께 갑시다' 'We go together'인데 그 구호대로 한미 양국이 영원히 함께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춘재 회동에 앞서 문 대통령은 오후 7시30분부터 약 35분간 본관 백악실에서 이방카 보좌관을 비공개로 접견했다.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이 자리는 청와대 대변인과 국민소통수석도 참석하지 않은 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 연합뉴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 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이방카 보좌관은 한·미 동맹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방카 보좌관이 상춘재에서 공개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전략(Maximum pressure campaign)에 대한 한·미의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며 "동맹이자 우방으로서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점을 미뤄볼 때 비공개 회동에서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를 위해 한.미간 대북 압박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뒀을 것으로 보인다.

제재와 압박 기조를 견지하면서도 대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는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최근 트럼프 정부 내 외교안보라인은 치열하게 주도권 다툼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경질설에 시달렸던 온건 매파(대화파)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입지는 제법 탄탄해진 반면, 최근엔 북한에 대해 군사적 옵션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강경 매파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설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 내 대체적인 분위기가 여전히 북한을 불량국가 대하듯이 보고 있는 상황이나 트럼프 대통령 자체는 북한과의 대화에 다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재와 압박이 결국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이 대화와 협상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감안, 미국이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방카, 정상급 파격 예우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함께 청와대 녹지원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함께 청와대 녹지원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비공개 접견을 마친 뒤 녹지원으로 이동, 직접 이방카 보좌관을 상춘재로 안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자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는 미국 대표단의 단장인 이방카 보좌관에 대해 정상급 최고 수준으로 예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 보좌관과 함께 걸으며 "어제 눈이 왔는데 한국에는 귀한 손님이 올 때 상서로운 눈이 내린다"고 설명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만찬은 오후 8시30분부터 9시50분까지 약 1시간20분간 진행됐다.

청와대는 이날 만찬에서 유대교 신자인 이방카 보좌관을 배려해 유대식 식사법인 '코셔(Kosher)'에 따라 요리한 한식을 대접했다. 또 만찬장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하우스콘서트도 준비했다. '코셔'는 식재료 선정부터 조리과정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유대교 율법에 따른 음식을 뜻한다. 이방카 보좌관은 결혼 후 기독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했으며, 코셔 식단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방카 보좌관을 배려해 만찬 메뉴에서 갑각류, 회 등의 요리를 뺐으며, 특히 이방카 보좌관의 식단에는 육류를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

이방카 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엔 상원 외교위 소속인 제임스 리시(공화·아이다호) 의원,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이 포함됐다.


이방카 보좌관 일행은 이날 만찬 이후 24∼25일 평창올림픽 미국팀 경기 관전, 선수단 격려 등 일정을 소화하고 폐회식에도 참석한 후 26일 출국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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