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文대통령, 정부 개헌안으로 정치권 합의 적극 유도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5 17:00

수정 2018.02.05 18:25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여야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정부 자체 개헌안 준비를 지시하면서 개헌 정국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미 3월초를 가이드라인으로 여야 개헌 합의안 마련을 주분한 상태다. 여야가 문 대통령이 제시한 시점까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대통령 개헌안이 본회의 발의되고 여야 표대결이 현실화되는 강대강 대치 국면도 불가피해보인다.

■ 文 대통령 "청와대 개헌안 준비해달라"..野 압박카드 꺼내
문 대통령이 이날 정부안 마련을 주문하고 나선 것은 정치권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세우면서 여야의 조속한 개헌안 마련을 촉구하되 국회의 합의가 요원할 경우 청와대가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국회의 합의가 최선'이라는 전제를 두고 여야가 기한 내 합의할 경우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도 우회적으로 드러냈으나 그보다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개헌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데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시.도지사 간담회'에서도 지방분권형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며 "개헌은 시기의 문제"라고 못박은 바 있다.

이에 여야간 논의와 별개로 정책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 개헌안을 만들고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이를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야당이 반대할 공산이 크지만 6월 국민투표 실시라는 대선공약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라도 통과 가능성과 상관없이 정부안을 제때 마련해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이날 국민투표법 선(先)개정을 요청한 것 역시 국회가 개헌에 대한 의지를 다잡아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번 정부 개헌안 마련 착수로 지지부진 했던 국회의 개헌 논의를 가속화하는 효과만 거둬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청와대는 계산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 의사 수렴을 제1원칙으로 강조한 만큼 정책기획위는 조만간 개헌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는 자체 기구를 꾸리고 개헌안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 야권, "여야 각당 개헌안 내놓는 시점에서 너무 성급"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개헌 발의권이 있는 만큼 청와대 자체 개헌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이를 야당 압박용 카드로 꺼내 든 것은 너무 성급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여야 합의안 도출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3월초가 아직 한달이나 남았고, 여야 각당이 저마다 개헌안을 내놓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또 야당이 연일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없는 개헌은 국민기만"이라며 프레임 걸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시간을 끌다 여론악화를 맞이할 수 있다는 판단을 청와대가 한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일부 야당은 "일방적인 폭거"라며 크게 반발했다.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 개헌안 마련을 지시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이고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지지율 급락에 초조한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공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자체 개헌안 발의 카드를 꺼내들면서 여야가 3월초까지 합의안을 마련 못할 경우에는 대통령 개헌안 발의→ 본회의 표대결 → 본회의 개헌안 통과시 개헌 국민투표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 다만 개헌 통과를 위해선 국회 표대결에서 200석 이상이 필요한 만큼 여야 대치속에 개헌안이 순탄하게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야당도 개헌안 처리가 부결될 경우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고민도 깊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이날 헌정특위 산하 헌법개정소위(개헌소위)를 열고 이달 말까지 매주 월.수요일 회의 열고 각 쟁점별 합의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이달 말쯤 입장차가 좁혀지고 최종안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최대 쟁점인 권력구조 형태를 두고는 민주당은 대통령제의 근간을 유지하는 선에서 4년 중임제를 당론으로 정했다.
반면에 한국당 등 야당에선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에 초점을 두고 벼르고 있어 접점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개헌 시기도 이견이 팽팽하다.
정세균 의장이 주재한 이날 여야 원내대표단 주례회동에서도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성공적인 '국민 개헌'을 위해서는 일방적인 입장으로 개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개헌 일자가 못 박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반면에 우원식 원내대표는 2월 중순까지 각 당의 개헌안이 나와야 한다며 충돌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김은희 기자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