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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준박사의 파생상품 이야기] 가상화폐와 '대중 광기'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4 19:41

수정 2018.02.04 19:41

[차명준박사의 파생상품 이야기] 가상화폐와 '대중 광기'

온나라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투기 열풍으로 떠들썩하다. 가상화폐의 가격버블 붕괴, 금융사기, 해킹 등에 따른 일반 투자자의 손실이 사회문제로 확대될 것을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6년의 바다이야기까지 거론될 정도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일찍이 투기와 투자는 주가의 급격한 등락을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의 여부로 구분했다. 그러나 투기와 투자는 백지 한 장 차이여서 투기는 실패한 투자를 의미하고, 투자는 성공한 투기라고 구분했다.

영국의 영국 언론인 찰스 매케이는 '투기란 한 사회가 얼마나 쉽게 환상과 집단적 광기에 빠질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 '사람은 흔히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생각에 쉽게 동조한다'고 했다.


투기광풍은 동서고금, 나라를 초월해 존재해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로마에서는 투기꾼을 '그라키(Graeci)'라고 불렀고 고대 그리스에서도 투기사건이 많았다.

중국에서는 당 태종 당시의 모란꽃 투기, 1246년 프랑스의 하얀 황금(소금) 투기, 16세기 유럽의 후추(향신료) 투기, 1630년 네덜란드 튤립 광풍, 1690년 영국의 주식회사 붐(고아원 주식회사 등장), 1720년 미국의 미시시피(프랑스의 미국 식민지회사) 주가 버블, 1845년 영국의 철도주식 투기, 1860년대 미국의 철도회사 주가조작, 1999년의 글로벌 닷컴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버블 등이 이어져왔다.

투기거래에서는 흔히 남의 돈까지 빌려 투자한다. 증권회사의 신용거래제도가 있다. 결과에 따라 대박이거나 쪽박일 수 있다. 투기의 결과는 개인의 문제로 국한된다. 해결도 개인에 맡기면 된다.

그러나 '투기 광풍'은 다르다. 처음에는 투기로 인한 손실보다는 대박을 얻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너도나도 투기에 가담한다. 나만 빠지면 주위에서 낙오될 것 같다. 처음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차입투자를 한다. 그러다 더 큰 기대로, 또는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한 대출 또는 부모.형제의 돈까지 투자한다. 이쯤 되면 언론에서는 투기가 과하다고 조심하라고 (매일) 경고를 날리기 시작한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를 강화한다. 그러면 가격은 더 요동을 친다. 버블은 결국 꺼진다.

항상 투기 광풍에서 대박은 극소수만 누리고, 그 피해는 묻지마 투자로 막차를 탄 수많은 대중이 떠안게 된다. 대중은 정부를 원망한다. 투기역사의 반복이다.

투자 격언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risk high return), 로 리스크 로 리턴(Low risk-low return)'이 있다. 고수익을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은 투자의 결과를 자신이 책임지고 감당한다는 뜻이다.

도박과 투기는 출발점은 다르나 결과가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가져온다는 점은 같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바다이야기는 일종의 게임을 이용한 도박이었다.
가상화폐 광풍을 바다이야기 해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사태를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가상화폐 거래자가 300만명이 되기 때문에 정치권의 표를 의식한 해법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모든 투자를 시장에 맡기되, 시장의 질서유지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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