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병원

국내 연구진, 유전자가위 효과 예측한 인공지능 개발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30 15:27

수정 2018.01.30 15:27

국내 연구진, 유전자가위 효과 예측한 인공지능 개발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유전자가위의 효과성을 예측하는 인공 지능(AI)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연세대의대 김형범 교수팀과 서울대공대 윤성로 교수팀은 연구자가 목표로 하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낼 수 있는 다양한 유전자가위 중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전자가위를 선택해 제시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IF=41.67)지 온라인 판 1월 30일자로 게재됐다.

유전자가위는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효소이다.

DNA를 자르는 '절단효소'와 이 절단효소를 목표로 한 DNA '염기서열' 생물의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의 배열로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의 순서로 돼 있다. 인간 유전자는 이들 네 종류의 염기 30억 개가 일정한 순서로 늘어서 있다.
염기서열에 따라 유전성과 키와 피부색 등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이 결정된다.

이로 이끌어 달라붙게 하는 운반체이자 길라잡이인 '가이드(Guide)RNA'로 이루어진다. 유전자 교정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선택한 유전자가위를 목표로 한 DNA염기서열로 부착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수많은 '가이드RNA' 종류 중 어느 것이 가장 정확하게 목표로 한 DNA염기서열로 접근해 부착돼 충분한 유전자 교정효과를 낼 수 있는지의 '선택의 문제'가 전 세계 유전자 연구자들의 고민이었다.

김형범 교수는 "기존에 유전자가위의 효과를 예측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유전자 가위에 대한 저장된 정보량이 적으므로 인해 부정확한 예측 값을 산출해 활용도가 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많은 연구자들이 직접 다양한 형태의 유전자가위를 만들어 일일이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상당한 노력과 시간, 비용이 소요됐다. 숙련된 연구자라도 하나의 유전자가위를 만들어 검증하는데 평균 1주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입력되는 다양한 형태의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그 속에서 일정한 규칙성을 찾아 제시할 수 있는 '딥 러닝'(Deep Learning)기술을 가진 인공지능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에 국내 인공지능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윤성로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추진하게 됐다.

인공지능형 유전자가위 예측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 김형범 교수는 앞서 개발한 유전자가위의 활성도를 대량으로 측정할 있는 첨단 분석기법으로 얻은 1만5000개에 달하는 각기 다른 가이드RNA를 가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pf1)의 유전자교정 효과 정보를 내놓았다.

윤성로 교수는 이 정보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통해 다양한 조건 속에서 최적의 유전자 교정 효과율을 낼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높은 순부터 제시하도록 했다.

윤 교수는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을 통해 연구자는 가장 최적의 유전자가위의 정보를 받아 수개의 유전자가위만을 실제로 제작, 실험을 통해 검증함으로써 시간과 노력,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에 의한 유전가가위 효과 예측도는 실제 실험 결과 치와 인공지능이 제시한 예측 값의 상관관계가 0.87로 수렴되는 매우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상관관계 값이 1에 가까울 수로 보다 큰 정확도와 신뢰도를 보여준다.
기존 활용되던 유전자가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평균 0.5~0.6의 값을 나타냈다.

김형범 교수는 유전자 가위가 목표하는 DNA 염기서열로 접근, 성공적으로 부착하기 위한 '염색질 접근성'(Chromatin Accessibility)까지 고려한 정보를 인공지능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세의대와 서울공대 연구팀의 공동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후원을 받아 지난 1년 여간 수행됐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