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가상화폐 논란, ‘Y2K 해프닝’을 닮았다"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7 09:05

수정 2018.01.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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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과학기술대학 교수 기고
"가상화폐 논란, ‘Y2K 해프닝’을 닮았다"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과학기술대학 교수는 27일 최근 가상화폐 논란과 관련해 밀레니엄버그 이른바 'Y2K'의 해프닝을 닮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삼성전자 뉴스룸에 기고한 '세상을 잇(IT)는 이야기'를 통해 "요즘 가상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bitcoin) 바람이 심상찮다"면서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측정할 수 없다는 아이작 뉴턴의 얘기가 떠오르는 행보"라고 전했다.

실제 '금처럼 매장량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채굴이란 용어가 서슴없이 통용되는가 하면,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전기량이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의 1년 평균 사용량보다 많다'는 보도도 있다.

혹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얼마 안 가 현금 없는 사회가 올 것'이란 예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개발자마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만큼 장래성이 불투명하다. 전에 없던 화폐 형태인 만큼 제도적으로 이를 규제하는 국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투자에 열 올리는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다.

최 교수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최근의 갑론을박은 몇 년 전 역시 전 세계를 휩쓴 모바일 웨어러블 열풍을 연상시킨다"면서 "당시 내로라하는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은 앞다퉈 무지갯빛 분석을 내놓았고, 투자자들도 관련 기술 연구진에 상당한 금액을 '베팅'했다"고 말했다.

그는 "VR과 웨어러블을 결합한 HMD(Head Mounted Display)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기업도 적지 않았다"면서 "특히 페이스북은 VR 기술력을 확보한 소규모 스타트업 오큘러스(Oculus)를 30억 달러(약 3조2388억 원)에 인수, 세상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HMD와 관련 콘텐츠, 그리고 삼성전자가 일으킨 기어 VR 열풍이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게 사실이다. 또한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의 예언 으로 더 유명해진 데이터 기술(Data Technology, DT) 역시 아직까지 총론만 있을 뿐 각론이 없다.

최 교수는 "각종 논리가 무성하지만 실질적 가치 구현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기술은 이 밖에도 셀 수 없이 많다"면서 "이처럼 몇몇 첨단 기술을 둘러싼 '묻지 마 광풍' 현상은 흡사 독일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뭔가에 홀린 듯 사나이를 좇는 아이들을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밀레니엄 버그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 기우에 그쳤다. 그만큼 철저히 대비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면서 "2000년 1월 1일이 되며 모든 공포는 눈 녹듯 사라졌다. 사람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밀레니엄 버그와 관련된 모든 걸 머릿속에서 지웠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이맘때면 사람들은 으레 이런저런 신기술의 등장을 점친다. 특정 기술을 언급하며 그 기술이 세상에 나오기만 하면 큰 시장을 이루고 당장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해줄 것처럼 말한다"면서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그런 주장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특정 분야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시도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초 '밀레니엄 버그 트라우마'로 한동안 고생했던 나로선 비트코인이나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같은 신기술이 그저 기술로만 보이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건 이들을 단순한 기술적 접근으로 보지 않고 거기에 내포된 철학과 원칙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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