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대차 임원 "靑 요청이라 검토 없이 재단 출연"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8 17:15

수정 2018.01.18 17:15

박근혜 공판서 증언
박근혜 정부 시절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은 청와대 요청사항이어서 세부적인 검토, 또는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는 현대기아차그룹 임원의 증언이 나왔다.

박광식 현대차 부사장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등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박 부사장은 2015년 8월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열린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 전무들과 오찬 모임을 가졌다. 당시 참석자들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안종범 경제수석이 '300억 규모로 문화.체육 재단을 만드니 전경련에서 모금해달라. 이 사안은 VIP(박 전 대통령)가 청와대 회의에서 그룹 회장들께 여러차례 이야기한 사안이어서 기업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각 그룹의 전무들에게 전달했다.

검찰이 "오찬 모임 후에 정진행 현대차 사장에게 '전경련이 BH(청와대) 관심사항이라며 참여를 검토해달라'고 말했느냐"고 묻자 박 부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해 10월말 박 부사장은 박 전무로부터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에 맞춰서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며 직접적인 출연 요청을 받았다.
박 부사장은 재단 출연 결정 과정에 대해 "세부적인 검토라든지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며 "BH의 요청사항도 있고 재계가 다 같이 참여한다는 의제가 있어 함께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이 시한을 정해놓고 급하게 진행됐는데, 좀 더 검토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검찰이 묻자 그는 "통상적인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후 현대차는 그룹 차원에서 미르재단에 85억원, K스포츠 재단에 43억원 등 총 128억원을 출연했다.

박 부사장은 "2015년 8월 재단 출연에 관해 처음 들었는데 그 이후 기업들끼리 자발적으로 논의한 부분이 있었느냐"는 검찰 질문에 "전혀 없었다"며 전경련을 통해 청와대 지시가 내려왔으니 따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면서 "(재단 출연 거부는)부담이 있었다"며 "모든 기업이 참여하는데 현대차만 안하겠다고는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9월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단독 면담을 가졌다는 이른바 '0차 독대'를 공소사실에 추가해달라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관련 내용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신청으로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도 재판부에 의해 허가된 바 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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