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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주한 美 대사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1 17:02

수정 2017.12.11 17:02

한.미 관계는 흔히 혈맹으로 회자된다.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6.25전쟁을 함께 치르면서다. 그러나 물밑에선 '미국이 언제든 한반도에서 손을 뗄지도 모른다'는 우리 측의 불신과 함께 간헐적 긴장 관계도 이어졌다. 중공군의 참전으로 전황이 불리하게 전개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망명정부를 권하던 존 무초 주한 미국대사 앞에서 권총을 뽑아들며 "끝까지 이 총으로 싸우다가 마지막 한 발이 남으면 자결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는 비화가 이를 말해준다.

이처럼 무초 초대 대사 이래 주한 미국대사들은 늘 우리 현대사의 고비마다 모종의 큰 역할을 했다. 한.미 양국이 외교노선상 궁합이 맞지 않을 때는 더 그랬다.
핵개발 등 자주국방을 내세운 말년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권외교를 내건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충돌했을 때 윌리엄 글라이스틴 대사가 일종의 범퍼였다. 한.미 정상 간 이념적 엇박자를 뜻하는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에 관한 한 '박정희-카터' 사이에 버금갈 만큼 나빴던 '김대중.노무현-조지 W 부시 조합' 때도 그랬다. 토머스 허바드나 크리스토퍼 힐 대사가 완충재 구실을 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제24대 주한 미국대사로 굳어진 모양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 정부에 임명동의(아그레망)를 요청했다는 보도대로라면 그렇다. 진보 성향의 문재인 대통령과 비즈니스 마인드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법 등을 놓고 미묘한 디커플링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11개월째 대사 공백이 해소된다니 다행이다. 특히 그가 성 김 전 대사 이후 역대 두 번째 한국계 대사라서 그렇다.

다만 빅터 차는 이민 1.5세대인 성 김 전 대사와 달리 미국에서 태어난 2세대다.
게다가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는 결이 다른 정책을 표방해 왔다. 그의 지론인 '매파적 포용'(hawkish engagement)은 북한과 협상은 하되 북한 정권의 선의에 대해선 여하한 환상도 품지 않는 것을 전제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북핵 제재 과정에서 새로운 불협화음이 변주되지 않도록 한.미 간 외교적 조율이 긴요한 시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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