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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정치권의 재판결과 과도한 비난, 재판 독립 흔들려는 시도”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1 11:29

수정 2017.12.01 11:30

김명수 대법원장이 과거 보수정권 비리에 연루된 피의자들을 석방한 법원 결정에 대해 일부 여당 의원들이 해당 판사를 과도하게 비난한 것은 사법부 독립을 흔들려는 시도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 대법원장은 1일 2007년 12월 숙환으로 별세한 이일규 전 대법원장의 서세 10주기를 맞아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가진 추념식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전 대법원장은 군사독재 정부에 저항하며 소신 있는 판결을 내린 판사로, 노태우 정권 시절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정치적 이해관계 따라 재판결과 비난"
김 대법원장은 “이 전 대법원장은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에 계엄포고령 위반 등 시국사건 재판에서 두려움 없이 소수의견을 내셨고 대법원장 취임 후 재판에 대한 외부 간섭을 배격하고 적부심과 보석의 활용 확대 등 인권이 보장되는 재판제도를 위한 기본틀을 다지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여전히 ‘재판의 독립’ 내지 ‘법관의 독립’이라는 화두를 마주하고 있다”며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권력의 간섭이나 강압은 군사독재시대 종국과 함께 자취를 감췄지만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또는 마치 그런 영향력이 있는 듯이 가장하려는 시도들은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이나 SNS를 가장하거나 이른바 전관예우 논란을 이용해 재판의 독립을 흔들려는 시도가 있다”며 “아울러 요즈음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의 이념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걱정이 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64)을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한 데 대해 일부 여당 의원이 판사를 향해 도를 넘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위축됨 없이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은 최근 SNS에 “김관진을 도주 우려가 없다고 석방한 판사, 정유라를 영장 기각시킨 적폐 판사들을 향해 국민과 떼창으로 욕하고 싶다”고 썼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법리가 아니라 소수의 정치적 공세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신중한 심리로 평가받던 판사가 이런 성급하고도 독단적인 결정을 한 것은 이유가 있다”며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힘은 그 어떤 타인의 조력이 아닌 우리 자신에게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위축됨 없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면서 사법부 독립을 수호해 달라”고 당부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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