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경제사건 신속한 처리가 중요한 이유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6 17:14

수정 2017.11.16 17:14

"얼마 전 A사에 투자를 시작했는데 한동안 주가가 많이 올라 더 주식을 매입하려 했는데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팔아야 할지 고민이네."

지난해 말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은행 예금을 빼 뒤늦게 주식투자에 뛰어든 기자의 지인이 한 말이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수사대상이 될지 불명확한 상황에서 추가 투자는 엄두도 못 낼뿐더러 갖고 있던 주식마저 내놔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실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막대한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 상당수는 지난해 연말 사업계획조차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고 일부 기업은 해를 넘기기도 했다. 통상 기업들이 10~11월에 다음 연도 신규투자 등 사업계획을 마련하던 관행에 비춰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종목 게시판에는 출연기업 중 재판에 넘겨진 기업들의 주식지분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언제 재판이 끝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저마다 '선견지명'을 발휘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통상 기업이 횡령이나 배임 등 실정법을 위반해 유죄가 확정될 경우 주주들은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해 해당 기업을 상대로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을 진행한다.
주주들로서는 당연한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지만 예비투자자 입장에서는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고,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손해배상 소송과 같은 민사소송은 형사사건에서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온 뒤 결론을 내는 게 대부분이어서 빠른 형사재판 진행은 피해 회복에 있어서도 더욱 중요한 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투자자 대부분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처럼 유죄든 무죄든 조속히 결론을 내는 것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해 주는 지름길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2015년을 기준으로 형법상 재산범죄 등 사건의 평균 처리일수는 구속사건 94일, 불구속사건은 160일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구속사건의 평균 처리일수가 87일, 불구속사건이 122일이었던 점과 비교할 때 각각 7일, 38일 지연된 것이다. 경제구조가 복잡해지고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증거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점이 근본 원인으로 분석된다.

증거 조사가 조속히 끝났다고 해도 경제범죄가 지능화.전문화되면서 증거 평가와 심증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법관이 늘고 있다는 점은 신속한 재판에 또 다른 걸림돌이다.
법관 연수나 전담재판부를 중심으로 연구회 활동 등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더 많은 경제전문가를 전문심리위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조속한 재판 결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유무죄를 다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장이 기업을 외면, 사실상 유죄로 간주해버리는 불행한 결과를 낳지 않도록 전심을 다하는 사법부가 되길 기대해본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조상희 사회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