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24억 들인 벤츠구급차 142대 전량폐기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6 17:20

수정 2017.10.16 17:20

이명박 정부 초기에 도입 유지관리비용 많이 들고 원격화상장비 무용지물
주행거리 7만km 인데도 5년 넘었다고 폐차시켜
2011년 대구중부소방서에 배치된 벤츠 구급차는 주행거리가 7만km 밖에 되지 않았으나 내용연수 5년이 경과됐다는 이유로 올 8월 폐차했다. 벤츠구급차를 포함한 구급차는 운행거리가 12만km에 도달하는 경우 또는 5년이 초과한 경우 폐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도입을 추진한 벤츠구급차가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한 채 전량 폐기돼 전형적인 혈세낭비의 '적폐'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16일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2008년부터 224억원을 들여 총 벤츠구급차 142대를 구입해 일선소방서에 배치했지만 제 구실을 못하고 올 8월을 기점으로 전량폐기 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장비 표준규격 및 내용연수에 관한 규정'에 따른 12만㎞도 운행하지 못하고 폐차된 벤츠 구급차는 17대(12%)이고 10만㎞ 미만으로 운행한 것도 9대(6.3%)였으나 5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폐차됐다.

벤츠구급차의 구입단가는 1대에 약 1억 5000만원으로 일반구급차의 구입단가보다 2배 비싸다.
수리비용 또한 일반구급차 한 대의 1년 수리비용이 109만원인데 비해, 벤츠구급차 수리비용은 360만원으로 그보다 3.5배 가량 비싸다. 유지관리비용이 훨씬 많이 든 것이다.

소방청은 벤츠구급차 도입당시 원격화상진료시스템을 장착해 응급의료기관과 화상통화를 통해 응급 처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으나 벤츠구급차의 출동건수가 가장 많은 서울의 경우 화상진료시스템의 실제 이용도가 지난 3년간(2013~2015) 연평균 249회에 불과했다. 서울의 벤츠구급차 연평균 출동건수 2700여 건 가운데 0.1%(0.09%)도 채 되지 않았다.


화상영상장비의 구동에 5분 이상 시간이 걸려 길어야 10분인 환자 이송시간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화상진료 실적이 많지 않아 일부 소방서에서만 벤츠구급차의 화상진료의 실적을 관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진 의원은 "굳이 일반 구급차보다 훨씬 비싼 벤츠구급차를 도입한 이유가 원격화상진료장비 때문인데 이마저 실제 이용률이 매우 저조하다"며 "벤츠구급차의 활용도를 사전에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작정 도입한 결과 혈세만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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